강백수 [3집 Track 02. 19년 6개월]
“그리워하는 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 피천득, ‘인연’中
수 없이 들어 머리로 알게 되더라도 기어이 경험을 해보고서야 진정으로 깨닫게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유명한 수필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저 아름다운 문장을 숱하게 읽고 들었던 터라 세상의 모든 재회가 다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당연한 진리를 내가 알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머리로 알고 있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어린 시절, 밤에 잠 못 이루고 아침에 가슴 뛰게 만들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네가 좋다는 말 한 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한 채 속상한 맘으로 교문 밖을 나서던 초등학교 졸업식 날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이따금 그 아이가 어떤 모습으로 자랐을지 궁금했지만 소식을 들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길고 먼 세월이 지난 어느 해 여름, 그녀와 우연히 연락이 닿았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때 그 얼굴과 목소리를 그대로 간직한 그 아이를 다시 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그리고 그 반가움만 품고 다시 멀어져야 했습니다. 가슴이 뛰고, 곁에 두고 싶은 욕심을 내는 일 따위는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그 다음의 만남은 없었어야 했습니다.
오랫동안 품었던 마음이 망가져버린 것을 보고,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그 다음을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또다시 부지런히 흘렀습니다. 이제는 그 후회도 또 다른 추억으로 그 옛날의 그 마음 곁에 둘 수 있게 되어 비로소 그때의 이야기를 노래로 내어놓습니다. 피천득의 수필 속 아사코와는 다르게, 그녀는 내내 행복하길 바랍니다.
2020년 2월 어느 새벽, 강백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