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랐던 설렘 가득한 사랑의 꿈, 결국 슬픈 꿈으로 끝나버린 사랑, 일상에 닿아있던 꿈같던 행복의 순간들 그리고 돌아가고 싶은 품과 꿈에 대한 이야기들.
왜 그러긴
요즘 신경 쓰이는 애가 생겼다. 나만 보면 웃고, 이것저것 물어본다. 원래 눈치도 없는 편이고 또 착각도 잘 해서 더 알쏭달쏭하기만 하다.
오늘은 그 애랑 같이 걸었다. 입을 아- 벌리고 하늘을 쳐다보며 걷는 모습이 귀여웠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조그만 소리로 ‘예쁘다’ 말하는 걸 들었다. 오늘따라 예쁘던 밤하늘이 미웠다. 그게 나였으면 했으니까.
문득, 행복
난 교과서에 나오는 그림처럼 젓가락질을 잘 한다. 이걸 잘 해내겠다고 어릴 때 콩을 몇백 개를 옮겨댔는지 모른다. 그때부터였나, 목표하는 바가 있으면 그걸 꼭 이뤄내야 했다. 그 성취감은 다음 목표의 원동력이자 내 행복이었다.
물론 해내지 못하면 행복의 크기만큼 불행했다. 사랑에 있어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좋아하는 사람이 날 좋아하지 않으면 불행했다.
첫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람에게 뻥 차이고 돌아오던 날, 내가 최고로 불행하던 날, 아이러니하게도 날씨는 너무 좋았다. 파란 하늘이었고 구름이 예쁘게 있었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등 뒤로 바람이 휙 불어왔다. 묘했다. 불행한데 행복했다.
사실 행복은 어디에나 있던 거였다. 나, 너 개인 안에서가 아니라 어디에나 있는 거였다.
집에 도착해 곡을 썼다. 제목은 문득, 행복
바다로 가는 꿈을 꿔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고, 돌아가고 싶은 품이 있다.
나 그 때로 돌아갈 순 없을까.
올해 1월, 오키나와 추라우미 수족관에 갔다. 나와 다른 생태계에 사는 생명체를 보는 건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재빠르게 헤엄치는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신기했고, 퐁퐁 뛰어오르는 해마가 귀여웠다.
추라우미 수족관은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커다랗고 그에 걸맞은 고래상어가 살고 있다고 했다. 수족관 끝 쪽에 가장 큰 수조가 있었는데 그곳에 고래상어가 있었다. 거대한 그 모습에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고래상어는 수조를 한 바퀴 돌기도 하고 가로질러 헤엄치기도 했다. 한 바퀴를 돌아 눈이 마주칠 때마다 어디론가 가고 싶다 말하는 것 같았다. 나가고 싶다 말하는 것 같았다.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경이로운 모습들을 보지 못했을 테지만 슬퍼진 건 확실했다. 저 친구도 그리운 곳이 있겠지. 돌아가고 싶은 품이 있겠지. 지느러미로 수조를 훑을 때마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우리는 돌아갈 수 없을까.
3초
시간은 내게 참 이상한 것이다.
같은 시간을 충분하다고도, 부족하다고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린 남들처럼 사랑하고 남들처럼 헤어졌다. 몇 번의 싸움이 있었지만 일 년을 넘게 만났고 오래도록 함께할 줄 알았지만 끝이 났다.
그만 만나기로 이야기하던 날, 헤어지기로 하자마자 그 애는 휙 가버렸다. 돌아서 가기까지 3초 정도 걸렸을까.
일 년이 넘는 시간이 3초 만에 정리되는 순간이었다.
그 3초는 울음을 감추기엔 충분했지만, 우리 모든 걸 담아내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처음 그 애에게 반하기엔 충분했지만, 이미 저만치 간 너를 되돌리기엔 부족한 시간이었다.
시간은 내게 참 이상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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