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의 이면’
시옷과 바람의 노래를 받아들고는 문득 샘 아래 풍경에 호기심을 가져본다. 부유하는 찌꺼기와 가라앉은 식물의 사체들, 연도를 알 수 없는 쓰레기, 어둠 속을 유영하는 내가 이름을 채 알지 못하는 살아있는 것들. 반짝이는 샘의 피부 아래에서 살고 죽은 것들은 겨루지 않고 공존한다.
시옷과 바람의 데뷔 앨범 ‘샘’에는 샘의 이면을 따라가는 여정이 담겨있다. 샘의 표면에 반사된 풍경을 노래하는 듯한 ‘살아있는 것들’로 출발해 안락하게 침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숨길 수 없는’을 지나 샘의 한 가운데인 ’새하얀’과 ‘새벽이 오면’에 도달한다. ‘소풍’에서는 다시 약속했던 곳으로 흘러가다가 ’선잠’에 이르러 비로소 샘에서 걸어 나온다.
두꺼운 어둠이 제공하는 아늑함,
구원을 거절한 사람이 누리는 의외의 자유,
혼자라는 사실이 주는 깨끗함과 거기로부터 오는 고요,
마침내 이 모든 것을 안고 흘러가겠다는 의지가 앨범 곳곳에 흐른다.
찬란함을 지탱하고 있는 것은 사실 이런 어두운 것들이고,
샘이 딱 그늘의 두께만큼 깊이를 가지게 되는 것이라면,
어쩌면 물보다도 먼저였을 이 침전물들이야말로 이 샘의 주인이 아닐까.
자, 이제 막 어둠을 안고 부서지며 흘러가기 시작한 저 깊은 샘을 들여다보자.
글: 김명재(싱잉앤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