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 (e_so) [나는 어디]
[나는 어디]를 어디에서 처음 들어야 좋을지 한참을 고민했다. 제주도 일정이 있을 때까지 일주일을 기다렸고, 육지로 돌아가는 마지막 날 제주시청 앞에서 익숙하지 않은 파란 버스에 올라탔다. 검은 모래 해변을 정면으로 마주한 카페 창가에서 음원을 재생했을 때, 띄엄띄엄 울리는 기타 줄의 소리가 촘촘해지면서 들리는 첫 목소리 “바다가 날 부르는 줄 알았지.” 내 눈 앞에는 늦은 오후의 짙푸른 파도가 음악에 밀려오고 있었다. 누가 왜. 바다가 부르는 줄 알았다고 얘기하는 걸까? 누군가의 여한이 주술처럼 창밖 풍경에 번졌고, ‘그래도 다행이었다’는 위로가 리듬에 반사되어 영롱하게, 영롱하게 반짝거렸다. 바다를 소재로 한 노래는 세상에 무수하지만, [나는 어디]는 어디에도 물결치지 않았던 또 하나의 바다를 그렸다.
박하재홍 (‘10대처럼 들어라’ 저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