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츠유미 [Dive Into You] : 유미의 순간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을 만든다. 그저 단순한 디자인의 원천 요소 같지만 알고 보면 우리의 일상도 같은 공식 아래 순환한다. 순간이 모여 하루가 되고, 하루가 모여 일상이 된다. 부산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모멘츠유미는 바로 그런 삶의 기본 공식을 바탕에 둔 이름이다. 말 그대로 ‘유미의 순간들’. 곡을 쓰고 부르는 자신 혹은 유미로 대변되는 사람들의 삶을 가로지르는 씨실과 날실을 멜로디와 노랫말로 엮어 세상에 내놓는 것. 모멘츠유미의 음악은 언제 어디서나 쉽게 노래를 들려주고 싶어서 어쿠스틱 기타를 기반으로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그의 의지를 정확히 구현하는 소리들로 가득하다.
사실 모멘츠유미의 시작은 모멘츠유미가 아니었다. 다른 이들보다 조금 늦게 음악을 시작한 탓에 이리저리 멤버를 꾸려 밴드도 결성해 보고 YUMI라는 이름으로 첫 EP [Between you and me](2012), 정규 앨범 [시작 (Beginning)](2015)도 발표하며 부지런히 움직여 봤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유의미한 결과를 내며 음악 활동을 지속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심 끝에 순간의 감정을 노래하겠다는 다짐을 담아 모멘츠유미로 활동명을 바꾼 뒤 운의 방향이 조금씩 바뀌었다.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건 고향인 부산을 중심으로 꾸준히 쌓은 좋은 인연들이었다. 느리지만 꾸준한 활동이 바탕이었을 것이다. 그들은 때로는 공연의 세션 멤버로, 노랫말 감수자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그와 함께했다. 2018년 초 부산 출신인 그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바다에 대한 갈망을 테마로 한 EP [유영]을 발표한 뒤 본격적인 활동에 시동이 걸렸다. 부산음악창작소 및 콘텐츠진흥원 ‘뮤즈온 프로젝트’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부지런히 움직인 만큼 그의 이름과 음악을 알아보는 이들의 숫자도 자연스레 늘어났다. 그리고 그 부단한 노력 속, 앨범 [Dive Into You]가 탄생했다.
총 여섯 곡의 노래가 담긴 [Dive Into You]는 지금까지 모멘츠유미가 싱어송라이터로서 보여주었던 믿음직한 모습 그대로를 담아낸다. 숨 쉬듯 흘러가는 우리의 일상이 그렇듯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짜릿한 자극은 없다. 대신 그 자리엔 어찌 되었든 제 몫을 다해 하루를 채워야 하는 갖은 순간들이 가지고 태어난 태생적 책임감이 똬리를 튼다. 멀쩡히 웃고 떠들다가도 문득 찾아오는 생의 근원적 외로움, 그를 달래고 위로해 줄 기댈 곳을 향한 염원과 갈망, 그리고 그 모든 감정에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체념과 자조의 순간들이 노래 곳곳에 스며든다.
무심히 쏟아지는 달빛 아래, 차갑게 빛나는 붉은 가로등 아래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그 익숙한 감정들을 포근하게 감싸 안는 건 모멘츠유미의 안정적인 송라이팅과 앨범 전반에 참여한 명망 높은 음악가들의 몫이다. 전체 프로듀싱을 담당한 3호선 버터플라이 김남윤을 비롯해 홍갑(기타), 박현준(베이스), 고경천(건반), 이기태(드럼) 등, 언더 그라운드는 물론 한국 가요계 전반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기억할 이름들의 묵직한 손길이 앨범을 메운다. 그 손길은 자꾸만 날아가버리려는 찰나의 순간을 몇 번이고 타일러 알맞은 자리에 다소곳이 앉힌다. 그렇게 모인 순간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멀리, 더 멀리 깊은 곳에 품고 있던 소리를 날려 보낸다. [Dive Into You]는 그렇게 자기도 모르는 사이 지금의 자리에 주저앉혀진 순간들이 만들어 낸 작은 울림의 성이다. 그곳에서는 누구나 유미이며 누구도 유미가 아니다. 모든 유미들의 순간이 만들어 낸 새로운 풍경 앞에 가만히 웅크리고 앉아 눈을 감는다. 새로운 바람이 뺨을 스친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