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되지 않는, 구분하지 않는 끝없는 감정의 재생산에 대하여.
그 숨겨진 감정들에 대한 보수동쿨러의 대답 [yeah, I don’t want it]
요즘 부산 인디 씬을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밴드가 있다. 힙한 인디 뮤지션들이 트위터에서 언급하고 부산에 오는 해외 뮤지션들의 게스트로 초대받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보수동쿨러. 그 소문은 무성하지만 정작 공개되어 있는 곡은 단 2곡이어서 라이브를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드디어 기다림 끝에 보수동쿨러가 여섯 트랙을 수록한 첫 EP의 공개를 알렸다. 이쯤 됐으면 당신도 보수동쿨러를 알아야 할 때가 왔다.
부산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이라는 평을 받으며 활동을 시작한 보수동쿨러는 아이러니하게도 서울에서는 새로운 부산의 색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으며 알려지고 있다. 이는 보수동쿨러가 보여주는 세련된 감정에 대한 해석과 거친 질감의 사운드 때문이 아닐까. 아직 서울에서 많은 공연을 하진 않았지만 보수동쿨러가 참여한 서울 공연에는 항상 새로운 음악을 찾는 관객들과 음악 관계자들이 몰려들었다. 세련됨과 거침이 공존하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보수동쿨러는 이제 부산을 넘어 한국 인디 씬에서 가장 주목받는 존재가 되었다.
보수동쿨러의 음악은 끝없는 감정들의 표현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을 하나로 정의할 수 없듯이 스스로도 자신들의 음악을 장르가 아닌 곡에 담겨있는 감정으로 구분 짓는다. 이번 EP [yeah, I don’t want it]은 그러한 보수동쿨러의 성격을 뚜렷이 보여주는 앨범이다. 특히 타이틀곡 ‘0308’은 쟁글 팝에 기반을 둔 채 90년대 힙합과 80년대의 펑키한 사운드를 한 곡에 담은 대담함이 돋보인다. 우리를 얽매는 것들을 부수고 스스로를 찾아가자는 곡의 메시지와 완벽히 어울리는 구성이다.
낯선 감정들과 익숙한 감정들이 서로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다 목소리를 높여 혼란한 어딘가로 청자를 데려간다. 이내 감정들이 추억이 되고 몽롱한 어딘가에서 깨어나게 된다. 앨범을 처음 듣고 메모해둔 문구이다. 이 앨범, 우리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유쾌하고 진지하다. 보수동쿨러처럼. 부산의 새로운 색이 되어 많은 곳을 물들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BK / RRATS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