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장판' [화합]
‘누나 그때 나한테 같이 죽자고 그랬잖아’ 동생이 웃으며 꺼낸 말이 상당히 충격이었다. 우울에 찌든 나를 선명히 기억하는 동생을 보니, 꽤 오래 지난 일이라지만 어린 마음에 했던 말이겠지만 죄책감이 들었다. 다행히 동생은 그때 ‘싫어 난 살 거야’라고 단호해서 나도 겁이 나 죽는 걸 포기했었다. 중학생이 막 된 어린 날의 에피소드라 지금은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지옥에 살았었음은 분명하다. 티격태격했어도 아마 아무도 안아주지 않는다는 오해를 안아준 건 동생이 아니었을까. 어린 날의 사랑은 강렬하게 죽음을 고대했고 지금은 너무 살고 싶은 사랑이 있다. 천국에 가까워졌다는 기분을 때론 느끼며 정다운 사람들과 아무런 질투도 미움도 없는 순간들을 즐기기도 하며. 잘 살아지고 있지만 그때 나를 사라지게 하고 싶었던 이유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허나 조금씩 조금씩 선을 이룬 천국에 그 지옥이 가려질 뿐.
_2018.09.27
전기장판의 첫 EP 앨범인데 말머리 시작에 죽음이란 단어로 너무 무겁게 다가가진 않았을까 염려됩니다. 그러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 또한 뚜렷이 설명할 수 없는 그 무언가가요 하하. 전기장판을 틀어주시고 아껴주시는 모든 분들 언제나 감사하고 그 마음들 모두 안아봅니다. 아울러 음반이 완성되기까지 도움 주신 손길들을 하나하나 기억하며 감사를 표합니다.
저희의 성장을 함께해 주시고 지켜봐 주셔서 이렇게 걸음마를 뗄 수 있었던 걸 알기에 앞으로도 꾸준히 걸어보겠습니다. 올 겨울도 꼭 건강하게 나시고 축복 가운데 머무시길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