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혹은 그 언젠가 젊음의 노래
스키니죠 EP [SHAWL]
어떤 순간에만 만들 수 있는 음악이 있다. 소년소녀의 음악, 청년의 음악, 중장년의 음악이라고 이름표를 붙여버린 음악이 있다. 오직 그 때 만들 수 있고, 그 때 온전히 감지하는 음악. 음악도 사람의 일이라 사람의 그림자가 비춰지기 마련이다. 음악은 소리로 그림자를 새기는 일이다. 소리의 그림자는 박제되어 영원히 살아남는다. 순간은 영원한 현재가 되고 그리움으로 되살아난다.
3인조 모던 록 밴드 스키니죠(Skinnyjoe)의 음악은 젊음의 음악, 청년의 음악이다. 2016년 6월 싱글 [New Phase]를 발표하며 데뷔한 스키니죠의 음악에는 젊음이 오롯하다. 풋풋함과 발랄함, 싱그러움과 진지함이 고르게 포진한 스키니죠의 음악은 청명해 맑고 밝고 푸르다. 많은 모던 록 음악이 마찬가지라 할 수 있겠지만 어쿠스틱한 사운드와 록킹한 사운드를 배합해 만들어내는 투명한 질감과 보컬 김지호의 순수한 음색, 그리고 노랫말의 온도는 밴드가 지금 통과하는 시간을 숨기지 못한다.
‘#69 (Lately)’, ‘#17 (Alternate ver.)’, ‘#93’, ‘#53 (Build The World)’, ‘#72 (Please Call My Name)’라고 붙인 곡의 제목이 곡을 만든 날짜인지, 곡의 창작 순서인지, 혹은 다른 의미인지는 모른다. 곡의 노랫말과 사운드는 ‘#69’부터 풋풋한 설렘과 자신감으로 젊음을 발산한다. 스키니죠의 젊음은 서툴지 않고 미숙하지 않다. 삶은 20대를 통과하고 30대가 되고, 40대가 되어야 완성되지 않는다. 삶은 매 순간 완성되어 돌이킬 수 없다. 변할 수 없는 삶의 일회성은 오직 지금만 살게 한다. 스키니죠는 다만 젊음의 순간을 어쿠스틱 기타와 일렉트릭 기타 딜레이 사운드, 매끄러운 건반/스트링 연주에 경쾌한 리듬으로 포박한다. 멜로디는 자연스럽고 흐름은 매끄러우며 군더더기는 없다. 그래서 영어 가사를 해석해보기 전에 스키니죠의 음악에 매혹 당한다.
그러나 보컬 김지호, 일렉트릭 기타 신전승, 드럼 이찬영으로 구성된 스키니죠의 음악은 간명한 구조와 매력적인 멜로디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스키니죠는 투명한 사운드 안에 섬세한 소리를 채워 넣어 소리의 아름다움으로 곡의 정서를 대변할 뿐 아니라 곡으로 만든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53’의 슬로우 템포를 따라가며 연주하는 건반의 흐름과 보컬의 공간감은 곡의 정서를 충만하게 확장하면서 소리의 성찬으로 음악을 완성한다. 무심한 듯 정교한 사운드 메이킹은 볼 때마다 새롭게 감탄하는 영화처럼 스키니죠 음악에 싱싱한 매력을 불어넣는다. ‘#69 (Lately)’에서 일렉트릭 기타가 분출하며 록킹하게 곡을 끌고 가는 순간, ‘#72(Please Call My Name)’에서 건반 연주와 함께 노랫말을 속삭이다가 스트링 연주와 밴드 사운드를 연결하는 절정의 순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밴드의 음악은 단지 가사를 외화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소리 그 자체로 초롱초롱 빛나며 푸르고 푸르다.
여기 날아갈 시간을 기다리고, 세상을 건설하려는 의지를 드러내고,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어서는 젊음이 있다. “이 노래가 들리면 함께 부르면 참 좋겠”다고 고백하고, 내 이름을 불러달라 부탁하는 젊음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이고, 누군가에게는 오늘일 시간. 당신은 어느 쪽인가. 어느 쪽에 놓여도 좋을 편안하고 아련하며 뜨거운 음악.
-대중음악의견가 서정민갑
상당히 묘하다. 스키니죠(Skinnyjoe)의 첫 번째 EP [SHAWL]은 확실히 이전 작품들보다 밝은 색채를 띤다. 하지만 겉모양에 속지 말자. 이것을 한 겹 벗겨내면 그가 곱씹어온 고민들이 문학적인 가사로 분해 어지러이 널려있다.
먼저 이전과 가장 큰 대비는 사운드의 변화다. 안개처럼 깔리던 싸한 음향 효과나 딜레이(Delay) 효과를 이용해 교차되던 전자 기타 등 앨범 [EGOLOG]에서 중점적으로 다뤘던 앰비언트 사운드의 비중은 상당히 줄었다. 대신 보컬에 방점이 찍혔다. 연주는 대체로 말랑하고 편안한 소리를 구축해 보컬을 효과적으로 조명하는 데 주력한다.
살랑거리는 리듬 위에서 감정의 시작을 노래하는 ‘#93’과 ‘우리 젊음을 구원하자’고 북돋는 ‘#69’의 낙관. 이와 달리 ‘#53’은 부드러운 멜로디와 날선 가사의 격차로 냉소를 빚는다. 하지만 결국 모든 노래들이 담고 있는 마음은 ‘어쩔 수 없음’이다. 세상은 여전히 소란스럽고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오해할 테지만, 그래도 나아가야 한다고. 그가 노래로 설파하는 이 ‘어쩔 수 없음’은 때로는 긍정적이고 한 편으로는 자조적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도 여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그의 노래를 통해 위로받을 수 있다는 것.
-강민정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