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써드 음악의 완벽한 정의(定義)
- 흥분하라, 이 짜릿한 헤비니스 사운드에!
수많은 밴드가 씬에 등장하고 롱런을 기대하지만 결국 살아남는 것은 실력과 열정, 지치지 않는 패기로 뭉친 적자(the fittest) 뿐이다. 진화란 현재에 그대로 머무르지 않는 것이다. 진화의 반대말은 퇴화가 아니라 절멸이다. 그런 면에서 메써드는 이 바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신적으로, 음악적으로 진화해가며 스스로를 보강하고 강화(reinforcement)시켜 왔다. 마침내 메써드는 한국 헤비메탈/헤비니스 뮤직의 상수(the constant)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메써드는 거기에 멈추지 않았다. 변화가 없다면 사라질 운명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을 세 장의 앨범을 만들어오며 체감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갈망과 호기심, 앞서나간 글로벌 헤비니스 뮤지션의 음악에서 공통적으로 추출되는 속성을 메써드의 방식으로 추상화(abstract)시켰다. 그것도 아주 노련한 투사(warrior)의 방식으로. 이제 메써드는 노련함과 식지 않는 실험정신, 씬을 이끌어가는 고참으로써의 무게감을 만끽하며 자신의 음악 세계를 완벽하게 정의(definition)한다. 흥분해도 좋다. 아니,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완성도와 실험성, 연주력을 묵직하면서도 세밀한 사운드의 융단폭격이다.
4년 만에 선보이는 새 앨범 [Definition of Method]의 첫 인상은 이전의 앨범과 마찬가지로 메써드의 음악이 어느 한 모습으로 고정되길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음악적 뿌리라 할 수 있는 Slayer, Kreator, Testament, Carcass, Arch Enemy, At the Gates, 그리고 Crash를 부정하거나 지우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운드의 디테일이나 곡 구성은 선배의 그것에 머무르지 않고 메써드만의 스타일로 벼려져 있다. 밴드의 자신감은 4-5분 내외의 압축적인 곡 쓰기를 통해서도 읽을 수 있다. [Abstract](2015)처럼 강박적으로 메써드의 화려한 음악을 덜어내고 축약하려 하지도, [The Constant](2012) 시절처럼 날카로움을 위해 음악적 서사를 희생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지난 앨범들에는 메써드가 그 당시 마주했던 음악적 갈등이 묻어나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Definition of Method]는 김재하의 기타 연주로 풀어내던 서사를 멤버 전체가 적절히 나눠 써내려간다. 덕분에 어디에도 거스르지 않는, 말그대로 강박에서 자유로운, 여유로우면서도 음악적 집중력이 응축된 작품이 탄생했다. 장르 팬들의 귀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기존 장르 형식에 매몰되지 않는 메써드의 내공이 탄탄하다.
우선 기존 메써드의 곡과 비교해서 리프의 구조가 단순해졌다. 덕분에 직선적이고 시원시원한 쓰래쉬 메탈 특유의 호방함이 살아났다. 그러나 가볍거나 빈 구석을 찾을 수는 없다. 이는 김완규의 드러밍이 어느 때보다 화려하고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속도감과 정교함이 더해진 것은 물론, 허를 찌르는 강약조절과 과감한 뮤트까지 곡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조절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아, 기타 리프가 단순해졌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복잡한 리프의 긴장감으로 앨범 전체를 채우고자 하던 욕망으로 가득하던 메써드의 과거와 비교할 때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여전히 메써드의 리프는 빡빡하게 조여져 있으며, 속도감에 있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몰아친다. 속도감 때문에 드러머의 개인기를 담아낼 빈틈을 찾기 쉽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작은 빈틈을 비집고 자기 연주를 밀어 넣었다. 전곡에 걸쳐 드라마틱한 연주를 펼치는 이번 앨범 속 김완규의 드러밍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성장의 결과를 여기저기서 쏟아내는 드럼과 쾌속으로 곡을 이끄는 기타 리프 사이에서 때론 리프의 속도감을 배가 시키고, 블래스트 비트 사이로 철컹대며 무게를 다잡는 김효원의 베이스 역시 강렬하다. 존재감을 드러내는 연주가 아닌 밴드 전체의 균형을 잡아주는 베이스의 존재가 이번 앨범의 호방하면서도 안정적인 사운드의 핵이기도 하다.
이번 앨범을 통해 가장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인물은 결단코 우종선이다. 그로울링을 중심으로 하되, 성대를 긁으며 소리를 묵직하게 찢어내는 ‘Deadlist Warrior’나 ‘5492’에서는 Chuck Billy와 같은 짜릿함을 제공하며, ‘Isolation’의 적막한 고립감 속에서 뛰쳐나가기 위해 맘을 다잡는 장면(한글 가사로 표현되어 감정이 배가된다)에서는 우종선 식의 멜로디 감각을 주조하는데 성공했다. 클린 보컬 파트를 집어넣는 흔한 시도 대신 우종선 스타일의 그로울링 멜로디로 기청공간을 압도한다. 메써드의 길은 기존 사운드의 답습이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 같다. ‘Nothing to Fear’에서는 아예 유튜브에서 활동하고 있는 뮤직 크리에이터 이라온의 호소력 짙은 멜로디 보컬을 피처링하여 우종선의 그로울링과 잊을 수 없는 하모니를 연출한다. 우종선(과 모든 멤버들)이 메써드 서사를 나누면서 메써드 사운드의 서사는 더 깊고 유연해졌다. 덕분에 기타 솔로가 가질 수 있는 운신의 폭은 훨씬 넓어졌다. 김재하의 기타 연주는 아밍과 옥타브 주법은 물론 이전보다 많은 이펙팅을 통해 변주된 소리를 한껏 실험하고 있다. 오선지가 까맣게 보일만큼 많은 노트를 풀어내던 기타 솔로는 호방한 리프와 미세한 감정 변화를 그로울링 창법에 담아내는 우종선의 성장 덕분에 곡 전체의 테마를 선 굵게 드러내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그래서 밴드의 인터플레이는 더욱 단단해졌고 한층 무르익었다.
변화를 멈추지 않는 밴드, 멤버의 재능을 계속 발굴하고 새로운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밴드, 이 모든 변화를 기존 밴드가 만들어 온 걸음 위에 포개어 놓을 수 있는 밴드, 메써드의 여유로운 현재를 완벽하게 정의한 앨범, [Definition of Method]. 말 그대로 헤비니스 씬의 글로벌 스타의 작품과 비견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곡과 연주, 그리고 사운드가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청자를 몰아간다. 한국의 메탈 팬 뿐 아니라, 아시아 곳곳으로 누비고 다니는 메써드의 모습의 초석이 될, 나아가 세계 헤비니스 팬덤과 조우하는 그 순간을 당기는 촉매제가 될 작품이다. 이 유려한 헤비니스 사운드에 흥분하며 흔들리는 몸의 반응을 피하지 마라. 그대로 즐겨라!
조일동 (음악취향Y 편집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