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wls [ZERO FEAR OF WATER]
어느덧 데뷔 5년, 더 보울스 (The Bowls)는 인디 음악계의 어떤 아티스트보다 창작에 열을 올렸다. 학업과 군 복무가 한창이던 20대 초반에도 이들은 틈만 나면 만나 합주와 작업을 하며 새로운 창작물을 뿜어내다시피 해왔다. 특히 작년에는 정규 1집 [If We Live Without Romance]와 2집 [If We Love Without Romance]를 한 해에 발매하는 괴이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시대를 역행하는 억척스러운 청년들의 작품은 17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록-음반’ 부문 후보에 오르며 하나의 성과를 얻기도 했다.
근래 유례없는 전염병 사태에 많은 것이 강제로 멈춰있지만, 쉬는 것을 배우지 못한 이 그룹은 [ZERO FEAR OF WATER/HEARTBEAT (Tahiti80)]라는 두 곡의 싱글을 8월 22일 발매한다. 이는 국내외에서 크게 사랑받고 있는 프랑스의 슈가 팝 밴드 타히티 80 (Tahiti 80)의 베이시스트 페드로 레센드 (Pedro Resende)의 프로듀스 아래 함께하는 첫 작업물이다.
지난 작품인 1, 2집이 무겁고 음산한 느낌이 있다면 페드로와의 작업 이후는 긍정적이고 밝은, 그리고 가벼운 느낌의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 데뷔 이후 처음으로 프로듀서와 함께 하는 과정이라 평소의 제작 작업보다도 더 많은 후보곡을 데모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곡들에서 추리고 추려 이번 신곡인 ‘Zero Fear Of Water’와 타히티 80의 원곡인 ‘Heartbeat’를 다음 작품의 선공개 곡으로 낙점했다.
첫 번째 트랙인 ‘Zero Fear Of Water’는 단출한 구성의 사운드를 의도했다. 이번 작품의 총감독 역할인 프로듀서이자 믹스 엔지니어 페드로 레센데가 가장 마음에 들어 했던 곡이라고 한다. 타히티 80은 물론 스미스 (The Smith)와 폴리스 (Police)의 대중적인 넘버와 같이 더 보울스 멤버들이 록 음악을 처음 듣기 시작할 때 좋아했던 아티스트들에게 크게 영향을 받은 작품이다. 제목대로 ‘물에 대한 두려움’에 빌어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긍정의 마음으로 뛰어들어 보자는 희망과 의지가 담겨있다.
한국의 밴드가 프랑스 밴드의 작품을 편곡하여 발매하고 이 원곡자가 제작에 함께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타히티80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강함은 물론, 더 보울스에 대한 음악적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들의 히트 싱글인 ‘Heartbeat’는 데뷔 앨범 [Puzzle] (2000)의 타이틀 트랙으로 자국인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은 히트곡이다.
많은 사람이 듣고 즐길 수 있는 ‘이지 리스닝’을 구현하고자 했다. ‘Heartbeat’는 완성도 뛰어난 기타 팝으로 보울스가 추구하고자 하는 범우주적인 대중성을 구현하기에는 안성맞춤의 트랙이었다. 이런 명곡을 기꺼이 발매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고 돕고 있는 이역만리의 프랑스 선배들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담고자 했고, 기존의 밝은 기조를 크게 변형하지는 않았다. 원곡의 재미였던 퍼즈톤 짙은 베이스 사운드를 옅게 담고, 건반의 톤을 다채롭게 했다. 또한 ‘기타의 보울스’답게 기타 연주의 레이어를 늘렸다. 후주에 오는 변주 역시 보울스 버전만의 센스가 발휘되어 새로운 멋이 느껴진다.
꾸준히 잘해온 더 보울스는 지금 3집을 준비하고 있다. ‘Zero Fear Of Water’와 ‘Heartbeat’는 새로운 정규앨범에서 어떤 새로운 모습을 들려줄지 기대감을 높이는 싱글이다.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더 보울스는 음악에 미쳐있는 밴드다. 그 어느 누가 들어도 좋게 들리는 곡을 만들고자 꾸준히 고민하고 창작에 창작을 거듭해왔다. 물론 이 안에서는 자신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음악적 방향성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가 중심에 있다. ‘모두가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자’라는 단순한 목표에 대한 답이 이 싱글에 있다.
2020/08 대중음악평론가 신현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