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앨범은 EARLY MOON 중 ‘현식’의 솔로 앨범입니다.
어느날 여태껏 발매해온 내 음악들을 모두 재생목록에 담아 순서대로 들었던 날이 있었다. 20살 의욕 가득했던 여름을 떠오르게 하는 [잘자, 너]부터 가장 최근 신사동에서의 일상들을 떠오르게 하는 [내려놓아요]와 [달을 좋아하는 그대에게]까지. 내 음악들은 나와 함께 자라왔고 같은 시간 위를 걸어왔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편의 에세이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앨범을 작업하는 동안의 고생이나 기뻤던 순간들, 그 당시의 날씨나 그 공간의 냄새와 분위기들을 내가 발매해온 음악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기록들에 둘러싸인 인생들을 살고 있다. 좋은 순간도, 안좋은 순간도 우리 인생의 기록 중 하나이다. 이 앨범에서는 한마디로 ‘기록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너를 기록해] 같은 경우는 연인이 함께 하고 있는 모든 순간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너와 함께 하고 있는 이 순간의 공기와 분위기, 너의 숨소리까지도 기록하고 싶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진하고 강렬한 기억 또한 뇌리 속에 오랫동안 존재하겠지만 결국 우리의 삶을 이끌어주는 것은 우리 삶 속 ‘은은한’ 기록들이기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도 은은할 때가 가장 아름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곡을 작업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지금 청춘을 보내고 있는 나의 순간들을 단 한 톨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내 음악 위에 더욱 기록해놓고 싶었다.
[잘자, 너 PIANO VER. 2017]은 내 음악 중 [잘자, 너]를 좋아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드리는 자그마한 선물이다. 물론 20살의 풋풋함은 어느정도 사라졌을 수 있지만, 앞으로 오랜기간동안 신보가 없어도 우리를 잊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작업해보았다. 원래는 전작인 [달을 좋아하는 그대에게]에 수록될 예정이었지만 당시의 상황들이 좋지 못해서 이번에 작업하여 수록하게 되었다. 마침 우석이랑 나의 15학번 동기들이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학교를 졸업하기 때문에 그들의 졸업앨범에 수록하고 싶어 더욱 진심을 담아 작업하였다. 3년을 함께 걸어온 [잘자, 너]라는 곡에 새로운 옷을 입혀줬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다.
앨범 커버로 사용된 사진은 나의 부모님이 실제로 신혼여행에 가셔서 바닷가를 걸으며 찍으셨던 사진이다. 이 사진이 곡의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 큰 보탬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 현식 of EARLY MOO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