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월간 윤종신] 9월호 ‘가까운 미래’
2020 [월간 윤종신] 9월호 ‘가까운 미래’는 세상의 거대한 슬픔에 가려진 개인의 작은 슬픔을 들여다보는 곡이다. 코로나라는 대형 사건으로 인한 우울감과 좌절감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우리에게는 그와는 별개의 또 다른 절망이 있다. 세상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어떤 소소한 절망들. 매일매일 살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주하게 되는 슬픔들. 윤종신은 이번 곡을 통해 누군가에게는 작아보일 수 있어도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크게 다가오는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때로는 염세적으로 때로는 비관적으로 모습을 바꾸는 슬픔의 모양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것이 음악이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분명히 요즘에도 이별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많은 사람의 심리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테고 어떤 연인들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더 크게 흔들리겠죠. 코로나 때문에 일도 어렵고 생활도 힘들어지고 심리적으로 우울하니 연애가 제대로 될 리가 없죠. 하지만 이런 얘기는 어디에서도 꺼낼 수가 없는 분위기예요. 개개인의 작은 슬픔은 이 시국에 그저 우는 소리 정도로만 들릴 테니까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연 큰 슬픔만 슬픔인가. 내 슬픔은, 내 작은 슬픔은 슬픔이 아닌가. 정말 세상의 슬픔이 가장 개인적인 슬픔보다 중요한가.”
‘가까운 미래’는 패배주의와 비관주의로 정리되곤 하는 윤종신의 초창기 가사를 떠올리게 한다. 슬픔을 그저 슬픔으로 내버려 두려는 마음. 아니, 오히려 하염없이 안 될 거라고 체념하고 죽겠다고 푸념함으로써 자기 자신을 더욱더 슬픔 쪽으로 끌어내리려는 마음. 윤종신은 이번 곡을 통해 슬픔을 대하는 다른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냉소하고 회의함으로써 오히려 획득할 수 있는 희망과 에너지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다 괜찮아질 테니 힘을 내자는 어쭙지 않은 위로와 강압적인 격려를 지양하는 듯한 노래 속 화자의 태도는 ‘오르막길’의 그것과 닮았다.
“저는 슬플 때는 그냥 더 슬프자는 마인드예요. ‘슬픔의 이열치열’이라고나 할까요. 우리가 슬플 때 웃긴 영화보다는 슬픈 영화에 위로받고 신나는 노래보다는 슬픈 노래에 감동하는 것처럼 저는 슬플 때는 격려나 위로보다는 함께 우는 소리를 하거나 한탄을 하는 게 더 낫더라고요. 다운되었을 때는 그냥 다운되어 있는 것. 내 마음이 가려는 곳으로 한 번 따라가보는 것. 만약 그게 비관적인 방향이더라도 거부하지 않는 것. 저의 발라드를 일부러 찾아서 들어주시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제가 이야기하는 이 방법에 대해 잘 아시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슬픔을 견디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9월호 이야기]
힘들 땐 힘들고 슬플 땐 슬프자... 힘은 날 때 나겠지.. 맘 먹는다고 나지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