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뱀장어의 보컬 황인경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 ‘12 stories, 12 concerts’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빛 #7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 -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빛.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미셸 공드리'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원제입니다. 이번에 새롭게 들려드리는 노래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를 생각하면 저는 언제나 이 영화가 떠오릅니다. 더 정확하게는 얼어붙은 찰스강에 누워있는 두 사람의 발치에 있던 줄금이 떠오르지요.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빛, 소리 내서 중얼거리는 것만으로도 뭉클한 그런 문장입니다.
마음이 건강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즐거울 때 웃고, 슬플 때 소리 내어 우는 사람. 티 없이 맑은 마음이라고 부를까요? 그런 순진함을 간직한 사람이 좋습니다.
맑은 날씨 같은 행복이 무엇인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열기 속에 몸을 내맡기고 싶은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그런 순간의 어딘가에도 얼룩 같은 기분이 묻어있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티 없는 마음은 어디에 있고, 영원한 빛은 어디로 흘러가 버렸을까요.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44,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정현종 옮김, 문학동네 2013)
제 노래에 쓰인 가사 그대로, 이 밤을 망치고 싶진 않습니다. 때때로 나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새벽
하루라는 시간에 색깔을 입혀보면 어떨까요?
아침 여섯 시 삼십 분의 파란 건물들과
오후 두 시의 노란 공기,
저녁 여덟 시 하늘에 걸려있는 진홍과
청명한 남빛의 밤 열 시 삼십 분
파랑과 빨강, 초록과 보랏빛…. 각각의 시간에는 고유의 리듬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걷기도, 뛰기도, 춤을 추기도 하는 그런 시간이지요. 하지만 하루 안에는 두 시간 남짓, 색채가 없는 시간이 있습니다. 오늘과 내일의 틈, 바로 새벽 세 시와 다섯 시 사이입니다.
이 새벽의 주파수는 리듬이라고 하기에는 한없이 침묵에 가까운 완만한 사인파입니다. 진흙빛이 도는 이 파장 안에서 일시정지 같은 포즈로 저는 ‘요란한 웃음과 시끄러운 낮의 열기’라는 곡을 지었습니다.
-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
노래는 어떤 사람이 짓나요, 글은 또 어떤 사람이 쓰는 걸까요?
한 명의 사람으로서, 또는 한 사람의 음악가로서 가끔은 구도자 같은 마음이 됩니다. 온전히 대낮의 거리를 걷는 사람이 빛을 볼 수 있을까요? 그늘 어딘가에 웅크려 빛을 조망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이장욱 시인은 시집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의 첫머리를 이렇게 썼습니다.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하다
고 중얼거렸다.
그것은 차라리 영원의 말이었다.
물끄러미
자정의 문장을 썼다.
나는 의욕을 가질 것이다.
얼핏 보잘것없는 인생 같지만 영원하지 않은 순간 속에서 영원의 빛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영원이 아니라서 영원한 그런 노래들이 있습니다.
저는 의욕을 가질 것입니다. 티 없는 마음의 영원한 빛.
글_황인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