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전기뱀장어'의 보컬 '황인경'이 들려주는 열두 가지 이야기
네 번째 싱글 [혼자 듣는 노래]
안녕하세요. '황인경'입니다. 매달 새로운 곡을 들려드리고 그 곡을 주제로 공연을 진행하는 장기 프로젝트 [12 stories, 12 concerts]의 네 번째 순서입니다. 이번에 제가 들려드릴 이야기의 제목은 "혼자 듣는 노래"입니다.
- 자기 이야기 잘 안하는 사람
주변 사람들이 말하길, 저는 자기 이야기를 잘 안 하는 사람이라더군요. 말주변도 좋고 말수가 적은 편도 아닌데 정작 ‘자기’에 관한 이야기, '자기' 기분에 대한 이야기를 잘 안한다고요. 그 얘기를 듣고 저는 꽤나 뜨끔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미묘한 부분을 알아차릴 줄은 몰랐거든요. 어제 겪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주변 사물에 대한 뚜렷한 주관을 토로하고, 재치 있는 농담으로 한바탕 웃고 나면, 대부분 사람들이 '좋은 대화였어'하고 넘어갈 거라 생각했습니다.
"순수함을 외친 적 없어. 사랑이란 말이 다 뭐야. 하루하루 살았을 뿐 그 안에 내가 있었겠니." - '델리스파이스', 'Y.A.T.C'
언제부터였을까요. 저는 속내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지 않고, 혹시나 내면의 ‘내’가 울타리 밖으로 나오지는 않을까 매우 경계하는 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 뭐랄까, 속이 텅 비어있는 사람이라는 걸 들킬까 봐 노심초사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러므로 이 노래의 가사를 쓰면서 저로서는 정말 큰 용기를 내야 했다는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이 노래는 '황인경'이 여러분에게 직접 말을 건네는 노래입니다. 지금까지 써왔던 많은 가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화자인 ‘나’를 상정하는 게 아니라 자연인 ‘황인경’으로서 이 노래의 가사를 지었습니다.
- 위로받는 노래
늦은 밤 발목까지 차오른 외로움을 마주할 때, 누군가의 노래를 듣고 그 사람과 함께 있다는 기분을 느낀 적 있으신가요? 아무런 연고도 없지만 괜스레 친해진 기분도 들고요. 저는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반대편의 경험도 있지요. 아주 늦은 새벽,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자면 세상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존재하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지. 쓸쓸하고 무의미한 그런 기분.
하지만 제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는 이런 밤에 내가 만든 노래를 듣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큰 위로가 됩니다. ‘혼자 듣는 노래’는 제 노래를 듣고 순간순간 저와 함께해준 분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감사 편지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네요.
- 작업 과정
사실상 라이브와 다를 바 없는 방식으로 이 노래를 녹음했습니다. 기타와 노래를 동시에 녹음했고, 메트로놈으로 박자를 맞추지도 않았습니다. 노래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 번에 불렀습니다. 조금은 투박하게 들리는 부분이 있더라도 이런 작업 방식이 어울리는 곡이라는 생각했습니다. 방 한구석에 앉아 부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환경에서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모두가 잠든 새벽, 끝없는 우주 속 망망대해를 떠돌고 계신다면 여러분의 바로 옆에 제가 있다고 상상해주세요. 언제든 통기타를 꺼내 들어 이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