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달 전 쯤에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라디오를 하겠다며 사연을 보내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 후 갑자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면서 전세 집들이 사라지고 그러다가 갑자기 이사를 하게 되면서 방송 시작을 아직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사연은 꾸준히 도착하였으니 방송은 못 하더라도 스스로 약속한 "혹시 모르죠, 사연에 감동받아 노래를 만들 수 도 있겠죠?" 에 대해 지키고 싶었던 차에 꽤나 디테일하고 연작편지같은 사연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연의 주인공은 대학교를 중심으로 형성된 도시에서 아주 가까이에 사는 연인이었는데 서로 멀어지고 다시 가까워지고 헤어지고 다시 연락하고 하는 때마다 나에게 일기같은 편지를 보내주었다.
그런데 가만보니 그들의 애정행각(?)을 말없이 지켜본 것은 어쩌면 '집'이고 이불이고 나중에 처리하기 힘들게 될 짐들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멀어져버린 그들에게는 서로가 하나의 '집'이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부터 집이 투자의 대상이 되고 계층의 파티션이 되며 최대한 좋게 말해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 정도라고 해왔는데 이 젊은이들에게는, 또 내 젊은 시절에도 집은 사람이었다.
함께하기로 한 사람이 없으면 그 집은 더 이상 살 곳도 아니고 어서 나와야 할 곳일 뿐이었다.
사람은 움직이고 시간도 흐르지만 부동산(不動産)은 흘러가지 않고 기억 어딘가에 차곡차곡 상처로 혹은 감사함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래도 결론을 훈훈하게 맺어보자면, 그래 어디에 살든 누구 명의의 집에 세 들어 살든 함께하기로 한 사람들이 같이 있으면 괜찮은 집이고
이사를 가도 함께 포장되서 옮겨진다면 어디로 가든 괜찮은 이사일 거라는 얘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