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간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전해 듣다 ‘지금 이 내 마음’의 정체가 무엇일까. 사람들은 ‘이런 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나. 이런 것까지 사랑에 포함 시킬까. 붕 뜨는 사랑, 퐁당 빠지는 사랑의 저 반대편에는 깊이 가라앉는 사랑도 있다. 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생각이 깊어지는 새벽. 사방이 어두워, 눈을 감아도 눈을 떠도 이곳이 불 꺼진 내 방인지 이 세
상에 존재하지 않는 바다 밑바닥은 아닌지 가늠이 가지 않을 때. 목 놓아 울 힘도 없어 마른 침이나 꿀꺽 삼킬 뿐인데 어쩐지 온 마음은 이미 울어 퉁퉁 불은 기분일 때. 감각마저 물에 젖어 부유할 때. 그때 귓가에 들리는 노래가 되어 줄, 싱어송라이터 조애란의 새로운 디지털 싱글 앨범이 발매되었다. 군더더기 없는 선율 위, 조곤조곤 정갈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그녀의 무해한 마음. [사랑이 뭘까]를 먼저 듣고 [심해를 걷다]를 들으면 사랑의 의미를 곱씹어 보는 현재의 내가 10년 후 미래의 나로부터 ‘이 건 네가 여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마음이야.’ 답을 들은 느낌이, [심해를 걷다]를 먼저 듣고 [사랑이 뭘까]를 들으면 사랑에 허우적대는 현재의 내가 10년 전 과거의 나로부터 ‘너는 이런 고민을 했었잖아.’ 기억을 소환 당하는 느낌이 든다. 단 두 곡으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 사랑에 푹 젖어있는 상태(심해를 걷다)와, 물기를 다 털고 한 발자국 떨어져 사랑을 바라보는 상태(사랑이 뭘까)인 것도 같다. 그녀가 써 내려간 가사 속 화자는 말한다. 너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나는 심해를 걸었고, 태양에 닿았고, 평행 우주까지 돌고 왔다고. 그런 것만 같은 게 아니라 정말 그랬다고. 내가 하는 이야기가 조화롭지 않은 말처럼 들려도 이해해 달라고 구걸할 수도 있는 게 사랑 아니냐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투명하다. 그래서 한 음정, 한 음정마다 새겨진 마음의 궤적을 따라가기 쉽다. 두 곡을 합쳐 10분이 채 안 되는 재생시간 동안 깊이 가라앉았던 감정이, 다 듣고 나면 산뜻해지는 건 그녀 특유의 깨끗한 목소리 덕일까. 노래를 들으며 사랑이 무엇인지 함께 골몰하고 심해를 헤매다 저마 다의 종착지에 도착한 사람들. 그들이 뒤를 돌았을 때 남는 잔상들. 이제 노래를 듣는 이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다. 조애란의 이번 앨범은 수성(水性)이라 물에 잘 녹고 빛에 잘 마를 것이다. 밤, 새벽, 그러다 맞이한 아침, 가까스로 버티는 낮, 다시 찾아온 저녁. 언제 어디에서 재생해도, 어떤 식으로든 어딘가에 흡수될 것이다. 글: 김여진 Composed, Written, Arranged, Produced 조애란 1 사랑이 뭘까 Vocal, Chorus, Piano by 조애란 Acoustic Guitar by 한정훈 Double bass by 홍승민 Recorded by 심재민 at SMCo Vocal Directed by 수림, 이강희 Mixed, Mastered by B.A.Wheeler 2 심해를 걷다 Vocal 조애란 Piano 조애란 Recorded by 조애란, 한정훈 at 애란방, 정훈옥탑 Mixed, Mastered by B.A Wheeler Photograph by 신수빈 Album Artwork by 조애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