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베이비드라이버 [사랑]
이만치 다가와 앉은 목소리로 부르는 사랑의 엘레지
디지털 싱글 “사랑”은 싱어송라이터 빅베이비드라이버가 오랜만에 들고나온 어쿠스틱 포크 넘버이다. 2장의 정규앨범과 2장의 디지털 싱글, “신사의 품격”, “상속자” 등의 드라마 OST에 참여했던 빅베이비드라이버는 2014년 정규앨범 발매 이후에는 주로 그가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인디록 밴드 빅베트에 더 신경을 쓰는 듯했다. 첼로 연주자 이혜지와 카세트테이프 한정반을 발매했고, [일렉트릭 뮤즈 레이블 10주년], [인천의 노래] 등의 컴필레이션 앨범에 이름을 올렸으며, 김신영, 생각의 여름, 광야 등 동료 음악가의 작업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왔지만, 새로운 곡의 발표는 단발적이었다. 무국적 정서를 자아내는 멜로디와 영어 가사는 일렉트릭 기타로 확장된 밴드 사운드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그사이 빅베이비드라이버는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본 듯하다. 어쿠스틱 블루스를 차용했던 데뷔 앨범에서도, 인디팝과 포크로 다시 돌아갔던 두 번째 앨범에서도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주정서는 적당한 거리감을 둔 다정하고 편안한 무심함이었다. 하지만 “사랑”에서 빅베이비드라이버의 목소리는 이만치 다가와 앉은 사람처럼 들린다. 그 가까워진 감정은 “창틀에 어느새 쌓인 먼지처럼” 자연스럽다. 들리는 한글 가사도 한몫을 한다.
“사랑”은 하나의 단어와 감정으로 담을 수 없는 사랑의 여러 순간을 담은 노래다. 만남은 이별과 상실, 기쁨은 슬픔, 사랑은 미움과 필연적으로 다른 말이 아님을 알게 됐을 때의 먹먹함을 표현했다. 그래서 이 노래는 그가 떠나보낸, 그리고 떠나보낼 존재들에게 보내는 광범위한 사랑의 엘레지(Elegy)다. 하지만 이 비가는 슬픔을 폭발시키지도, 꾹꾹 눌러 담지도 않는다. 이것은 증폭된 감정에서도 한결같이 유지되는 빅베이비드라이버의 기조이다. 어찌보면 그는 여전히 저만치 물러나 있는 것도 같다.
이 노래에서 빅베이비드라이버는 스틸 스트링 대신 나일론 스트링 기타를 연주했고, 밴조와 피아노를 배치하고 스테레오 딜레이를 활용해 낯선 동시에 익숙한 기시감을 구현하려 했다. 2집에서 베이스를 연주했던 이동준이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고, 역시 2집에서 믹스를 담당했던 오정균이 믹스와 마스터링을 맡았다. 녹음은 빅베이비드라이버가 직접 했다. 다음 싱글은 8월말에, 정규앨범은 10월 발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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