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떠나온 시간과 완성을 향한 출발, 삶에 대한 찬사와 스쳐 지나가는 낯선 이에게 보내는 안부를 아울러 담은 EP [From.]
에세이 형식의 텍스트들과 밤처럼 짙은 사운드가 어우러져 짧은 희곡을 이룬다.
5개의 각 트랙들이 말하려 하는 바는 직관적이고 명료하다. 반복되는 구절과 섬세한 베리에이션을 통해 완성을 향한 달음질을 시작하며, 나지막하게 시작했던 그들의 이야기는 앨범의 후반부를 향할수록 한껏 상기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Synopsis
“밤이 깊어 갈수록 새벽이 가까워 온다.”
우린 끝을 모르는 밤을 지나고 있다.
‘아침이 오긴 하는 걸까?’
불면의 몇 밤이 흘렀고, 겨우 든 잠은
지독한 악몽에 몸을 뒤척이다 이내 이상을 무작정 쫓기도 한다.
캄캄한 어둠 속 무서운 고독 속에 몸을 떨다 더듬더듬 기댈 곳을 찾는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랬던가.
불안한 지금에 대한 회피일지라도
아름답고 쓸모 없어진 난
비극 같았던 시간들을 덤덤히 웃어넘기며
밝아올 새벽을 기다린다.
불완전하고 엉망이며, 헛헛하기만 한
우리의 밤을 노래한다.
Track 1. 나의 이름을(My Name)
책꽂이에서 낡은 공책을 찾아냈고, 날 뒤흔드는 20대 아버지의 글이 담겨있었다.
생각해보면 참 당찼었다. 어릴 적 보았던 위인전들 속 그들처럼 당연히 나도 빛날 줄로만 알았고, 그래야만 한다 생각했다.
한없이 꿈 많았던 나는 어느새 자라 공책 안에 남아있는 아버지와 같은 나이가 되었고, 세상에 내 흔적을 남긴다는 건 그리 요란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정적을 깨우는 드럼을 시작으로 목소리, 피아노와 기타 앙상블로 ‘나’의 이름을 세상에 차분히 채워 나간다.
Track 2. Going Home
Home은 누구에게나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부모•형제•자매가 있는 집이거나, 믿는 종교, 자라온 터전 혹은 친구나 연인의 곁일 수 있다.
우린 달리는 것에 익숙하지만 쉼에는 인색하고, 타인의 표정에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비틀거리는 자신을 돌보진 못한다.
Home, 집으로 돌아갈 방향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잠시 멈춰서 기대어 쉴 수 있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었다.
Track 3. Boyhood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은 불안으로 가득했었다.
한바탕 폭풍이 휩쓸고 간 적막한 집 안엔 똑딱이는 시계 초침마저 시끄럽게 여겨지는 순간이 있다. 매일 밤 흐르는 초침 소리 뒤에 숨죽여 울었던 어린 나를 기억하고 위로하기 위한 곡이다.
Track 4. 갇힌 공간 갇힌 사고 속에서(Trapped)
눈으로 읽을 수 있는 나와 당신의 관계가 아닌 각자의 삶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나와 당신의 세계관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모든 이들은 각자의 세계를 가지고, 저마다의 세계는 각각의 크기를 가진다. 만남과 헤어짐, 믿음과 불신, 진리와 정의 등의 삶의 과정을 운명 혹은 숙명으로 치부하는 이들은 ‘나’의 세계가 덫이 되어 스스로를 가두고 만다. 자신의 덫에 걸려 허우적이는 절규하는 이들의 한 단면이 아닌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 입체적인 사운드로 구현했다.
Track 5. Message, [새벽]
우리의 언어와 특유의 공간감으로 짙은 밤을 가득 채웠다.
흩어져 사라지는 소리들에 애정을 가지고 작업했으며, 물밀듯이 밀려오는 소리와 어둠이 걷히면 피아노와 함께 새벽동이 터온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