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카겔의 멤버 김민수의 홀로서기 프로젝트 제1화 놀이도감 EP [playbook]
[playbook]은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인 김민수의 1인 프로젝트 '놀이도감'의 첫 EP다. '실리카겔'의 일원으로서 1장의 정규 앨범과 2장의 EP을 발매하고 다수의 신인상을 수상한 바 있는 김민수가 멤버들의 군 입대로 밴드가 잠시 활동을 중단하게 된 시점부터 입대 직전까지 약 8개월 동안 홀로 작업한 곡들을 모아 2019년 3월 여섯개의 트랙이 담긴 앨범으로 선보이게 되었다.
"그림이나 사진을 모아 다양한 놀이들을 소개하는 책"을 의미하는 '놀이도감'은 김민수가 어릴 때의 추억으로부터 소환한 단어로 평소 혼자 악기를 갖고 놀다가 곡을 만들곤 하는 본인의 작업 방식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여 선택한 이름이라고 한다. "실리카겔이 친구들과의 단체 생활이라면, 놀이도감은 방에 틀어박혀서 혼자 놀고 있는 나"라고 설명하는 것처럼 작편곡부터 연주, 녹음, 믹싱/마스터링까지 대부분 김민수 스스로 만들어 낸 작업들이다.
밴드로부터 독립한 솔로로서의 첫 작업인 만큼 앨범 전체적으로 '기타리스트'보다는 '싱어'이자 '송라이터'로서의 김민수가 두드러진다. 작업하면서 앤디 쇼프(Andy Shauf), 제시카 프랫(Jessica Pratt), 코난 모카신(Connan Mockasin) 등 포크/인디팝 계열의 음악을 즐겨 들었다는 데서도 느껴지듯 '놀이도감'은 어딘가 장대한 풍경을 연상시켰던 '실리카겔'에서의 작업에 비해 더 내밀한 정서를 담고 있다.
노래 제목을 빌자면 놀이도감이 묘사하고 있는 것은 '9평 남짓한 공간'이랄까. 그리고 그 좁은 공간에 다채로운 것들을 담겨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점. 더불어 그러한 정서를 '싱어'로서 한결 능숙하게 표현해내고 있는 면도 매력적이다.
그러면서도 역시 '놀이도감=김민수'라고 느끼게 하는 것은 타이틀곡인 '환각 (feat. 사뮈)'. 김민수의 섬세함과는 확연하게 대비되는 특유의 선 굵은 목소리로 노래를 한껏 두텁게 한 보컬리스트 사뮈의 참여와 함께 노래 중간에 강렬하게 터져 나오는 기타 솔로는 갑작스러운 일탈 같은 느낌으로 이 앨범에서 가장 매력적인 순간을 선사한다.
아직은 밴드 멤버로서의 이력이 더 두드러지는, 그래서 솔로 프로젝트의 성격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놀이도감’은 데뷔 EP [playbook]을 통해 밴드와는 다른 스스로의 색깔을 성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 향후 다른 음악가들과의 협업도 고려 중이라니 보다 풍성해진 음악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쉽게도 후속 작업은 김민수의 군 복무가 끝나는 시점에야 가능하겠지만.
붕가붕가레코드 대중음악 시리즈 39번째 작품. 작사/작곡/편곡 김민수. 녹음/믹싱/마스터링은 모두 김민수의 개인 스튜디오인 '우리모두레코딩'에서 진행됐다. 단, 1번 곡의 드럼 녹음은 지윤해(깃털 스튜디오), 6번 곡의 드럼 녹음은 신재민(필로스플래닛)이 진행했다. '도감'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표현한 커버 아트워크는 김수지의 작품. 그리고 카세트 테이프로 발매되는 음반의 디자인은 이규찬이 맡았다. 타이틀곡 '환각 (feat. 사뮈)'의 뮤직비디오는 김민수의 아버지인 김성문이 16mm 필름으로 촬영한 것을 양민영(YANGYANG.zip)이 연출, 편집했다.
글 / 곰사장 (붕가붕가레코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