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저는 거센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 떠있습니다. 하지만 숨이 막히거나 두려운 감정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따뜻한 바닷물 속에서 저는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해안으로 떠밀려갑니다. 저는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꿈도 자주 꿉니다. 하지만 이런 꿈속에서 전 기차나 비행기 시간에 쫓겨서 정신없이 달리거나 초조해하기 일쑤입니다. 제 삶도 위에서 설명한 두 종류의 꿈같다고 느낍니다. 한없이 유유자적한 나와 늘 뭔가에 쫓기는 나. 자유로운 나와 불안한 나가 서로 부딪치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삶. 그래서인지 제 음악에도 이 두 가지 테마가 늘 공존합니다. 어떻게 보면 서로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은 제가 꾸는 두 가지 꿈과 관련이 있습니다.
싱글 [사람] 이후 곡을 만들면서 확연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주변의 소리들을 채집하고 그것들을 사용해 음악을 만들었다는 점입니다. 타이틀곡 [오리]의 경우 직접 안양천에 나가서 물소리를 녹음했고, [길없음]의 경우 집안의 식기들을 두드려 퍼커션 악기처럼 사용했습니다. 이런저런 실험들을 해보면서 깨달은 것은 내 주변의 모든 것이 악기이고, 음악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도 나의 사촌 동생 Benine이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제가 만든 데모들을 들으며 언제나 솔직하고, 그러나 악의라곤 전혀 없는 비평을 해주었기에 앨범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제 음악을 통해 다만 몇 분이라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무쪼록 건강하시고, 또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