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엘비의 두 번째 정규 앨범 [CC]
최재성 선배가 들려주는 달콤씁쓸한 사랑 이야기
최엘비는 이제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아는 음악가가 되었지만, 그를 처음 접하게 된 시점은 모두 다를 것이다. $exy $treet 크루 당시 사용하던 옛 활동명인 Lazy Bones 시절부터, 아니면 첫 EP 단위 작품인 [푸른바다37] 앨범부터, 혹은 기리보이와 한요한을 위시한 우주비행 멤버의 트랙리스트와 가사를 통해서, 아니면 1집의 한국대중음악상 노미네이트 소식을 듣고, 어쩌면 최근 [쇼미더머니 8]의 활약으로 인해서. 최엘비의 이름을 듣고 그의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은 시기는 각기 다르겠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토록 다양한 사건과 요인 속에서 최엘비는 6년 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키며 랩을 해왔다는 것이다.
최엘비가 두 번째 정규 앨범 [CC]를 발표한다. 앨범명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실패한 첫사랑을 담은 앨범이다. [오리엔테이션]이 대학 초년생 당시 겪은 변화와 혼란을 이야기했다면 [CC]는 전작과 시간적 배경은 같으나 첫사랑이라는 키워드 아래 보다 촘촘하게 서사를 전개해간다.
앨범은 시간순대로의 기술이 아닌,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첫사랑에 관한 편린을 이야기한다. 이별로 무너진 일상에 신음하던 과거를 반추하고 (ƍAM', 'CC'), 스무살로 돌아가 옛 연인을 만났던 순간을 회상하는가 하면 ('아님말고'), 실패한 사랑을 묻으려 시작한 인연에게 행한 실수를 반성하고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미안해'),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기도 한다 ('난 완벽하지 않아요'). 시간축 위에서 저마다의 트랙이 요동치지만 명확하고 뚜렷한 상황 설정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앨범을 감상할 수 있다. 사소한 일상을 포착해 이를 가사로 풀어내는 최엘비 특유의 입체적 스토리텔링이 빛을 발하는 순간.
무엇보다 두드러지는 것은 최엘비의 랩이다. 탄탄한 발성과 정확한 딜리버리를 갖춘 그의 랩은 사소하고 지질한 에피소드부터 깊은 사색까지 넓은 범주의 이야기에 흡인력을 부여한다. 최엘비의 음악을 소개할 때 대부분이 그의 가사를 언급하지만, 모두 이를 뒷받침하는 단단한 스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음악가 자신이 직접 보고 듣고 겪은 일, 다시 말해 최엘비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빼곡하게 담아낸 앨범 [CC]. 최엘비의 두 번째 지리멸렬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키치킴 (포크라노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