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린의 미니앨범 [29]. 20대의 마지막을 노래하다.
타린의 두 번째 사랑 이야기, 그리고 더해진 삶에 대한 자화상
그동안 누구보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노래해 온 타린. 하지만 스물아홉의 길목에서 타린은 보다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지금까지와는 다른 깊은 결로 온전히 자신을 투영하여 노래한다. '아홉', 1부터 9까지 가장 마지막에 있는 숫자인 아홉은 자연스레 '끝', '마지막'과 같은 마무리 단어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올해 스물아홉 살이 된 타린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한 폭의 자화상을 그려가듯 이번 미니앨범 [29]를 준비했다. '잘 살아내고 있는 걸까?', '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 자꾸만 아쉬움이 생기는 스물아홉 살의 타린은 결국, 정작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는 깨달음을 통해, 수없이 많은 밤을 지새우며 고민하고 생각했던 단상들을 차근차근 아름답고 공감 가는 노랫말로 다듬었고, 기타 선율을 얹혀가며 한 곡 한 곡 완성해 갔다.
01. 평행선
[평행선]은 타린이 가장 좋아하는 미디엄 템포의 곡으로, 일렉트릭피아노의 리프가 계속 귓가에 맴돈다. 가사와 멜로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꼬박 3년이나 걸린 [평행선]은 그 시간만큼 성장해가는 타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말하듯 편하게 부른 메인 보컬과 잔잔하게 들려오는 코러스가 어우러져 더욱 감미롭게 들려오고, 브릿지부분의 오디오를 2배로 늘린 편곡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마저 든다. 타린은 이 곡을 통해 '자신이 마치 평행선 위를 걷고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한다. 세상에 태어나 지구 위를 두 발로 걸으며 하염없이 내디딘다는 다소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평행선]을 통해 타린은 ƈ가지 결의 평행선'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로 사랑과 삶이다. 하지만 이는 중이적 표현이기도 하다. 어쩌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못 만날 수도 있고, 더욱이 지금은 다른 누군가와 얘기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좋다고 이야기한다. 살아있으니까. 그래서 혼자라는 순간의 현실도 받아들이며 사랑의 평행선을 떠올린다. 아울러 삶의 평행선으로 확장한다. 한치 앞날도 모른 채 그냥 앞으로만 뚜벅뚜벅 걸어가는 모습을 떠올리며, 그 길 위에서 마주하는 나의 모습은, 괜스레 타인과 비교하게 되고, 은근슬쩍 자신이 더 잘하고 있다는 위안을 하기도 하지만, 곧 그런 생각을 반성하기도 한다. 그렇게 성장하며, 언제나 같은 마음을 갖고 평행선 위를 계속 걸어가겠다는 타린의 밝은 생각을 담고 있다.
02. 스물아홉
결국은 또 행복한 척, 아무렇지 않게 대충,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갔던 행동을 하던, 자신의 어리숙했던 모습을 반성하는 마음을 담은 [스물아홉]은 스물아홉의 타린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냈다. 그동안 '타린'으로 살아오면서, 성숙하지 못했던 감정이 앞서, 자신을 사랑해주고 응원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처를 많이 주었고, 그럼에도 스스로가 가장 아프다고 예민하게만 굴고, 숨기만 바빴다고 고백하는 타린은, [스물아홉]을 통해 어쩌면 '타린'이 아닌, '한재원'에게로 더 솔직하게 다가간다. 특히, 다양한 악기들 사이에서도 타린이 제일 좋아하는 어쿠스틱 기타의 퍼커시브 주법이 있어 타린과 가장 잘 어울리고, 막 밝지도 않고 어둡지도 않은 가사와 잘 어울리는 세련된 멜로디와 편곡으로 노래가 계속 머릿속에 맴도는 곡이다.
03. 12시 55분, 내 마음은 1시 5분 전
"내일 1시쯤 너희 집 앞 카페에서 만날까?" 어느 날 받은 문자 한 통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노래에서 타린은, 내일이 오늘이 된 날. 약속한 1시가 될 때까지 시간이 너무도 느리게 흘러가는 경험을 담았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게 무척이나 설레고, 시간은 왜 그렇게 더디게만 흘러가는지, 괜스레 걸어가면서도 콧노래를 부르게 되고,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행동을 할지 계속 고민하게 되는, 기분 좋은 설렘을 가득 담은 [12시 55분, 내 마음은 1시 5분 전]은 부드러운 클래식 기타의 보사노바 연주 선율 위에 담아냈다. 특히, 2절에서는 계속되는 보사노바 연주로 지루해지지 않도록 아르페지오 연주로 잠깐 바꿔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레는 마음을 다양하게 표현된다. 무엇보다 중간중간 귀여운 카페의 소음들도 함께 들을 수 있어 현장감과 공간감이 돋보인다. 타린은 [12시 55분, 내 마음은 1시 5분 전]을 녹을 할 때, 설레는 마음을 담은 진정성 있게 노래하기 위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반복해서 녹음하는 공을 들였다.
04. 내 마음이 가을비
“가을비같이 가끔은 태풍을 몰고, 불쑥 왔다 떠나는 사람들 이젠 사랑을 할 힘조차 없는 그대들을 위해”라는 타린의 목소리를 담은 [내 마음이 가을비]는 지난 19년 4월에 발매한 [그 밤의 MUSIC]과 이어지는 또 한 편의 사랑 이야기다. 눈치 없게 갑자기 느닷없이 튀어나오는 불청객처럼 잊은 줄 알았는데, 그럴 만하면 나타나서 마음속을 온통 헤집고 가버린다는 전작의 담겨있는 아련한 감성이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오르골 성격의 건반으로 연주된 [내 마음이 가을비]는 아련한 감정 표현에 가장 어울리는 아코디언 연주를 타린이 직접 하며 곡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후렴구에서는 일반적인 드럼이 연주되는 주법과 다르게 프로그래밍하고, 타린이 제일 좋아하는 피아노 멜로디를 유니즌으로 함께 마무리하여 진정성을 담아냈다. 어수선한 세상의 분위기 속에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가을의 끝자락. 여전히 어리숙하고, 서투르지만, 조금은 더 성장한 스물아홉 살의 타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05. 들꽃 같은 작은 사랑이었고 어리숙한 사랑이었죠
유난히 긴 제목의 [들꽃 같은 작은 사랑이었고 어리숙한 사랑이었죠]는 어느 날 타린이 친동생으로부터 받은 메시지에서 시작한 곡이다. '들꽃 같은 작은 사랑이었고/ 오래된 정원 같은 낡은 사랑이었고 / 덜 익은 자두와 같이 시큼 텁텁한 사랑'이라는 짧지만 짙은 감성의 메시지를 받은 타린은, 그 문자를 받자마자, 바로 어쿠스틱 기타를 잡고 나머지 노랫말과 멜로디를 더해 15분 만에 완성했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이 곡은 짧은 스타카토의 어쿠스틱 기타 연주를 도입부 내내 반복하며, 독특하면서도 담담한 느낌을 살렸고, 후렴구로 가면서 유니즌의 피아노 멜로디와 코드마다 꾹꾹 누르는 피아노 연주는 다양한 주법의 스트링과 드럼과 어우러지면서 곡의 감정을 절정으로 이끌어간다. 일반적인 종지로 끝나는 여타 곡들과 다르게 여운을 남기며 끝나는 곡의 마지막은, 지금까지 자신을 스쳐 가고, 사랑했던 모든 것들을 손에 꼭 얼음처럼 쥐고 놓지 않으려는 어린이 같았단 가사처럼 어른이지만 여전히 아이일지도 모를, 스물아홉 살의 타린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타린은 [들꽃 같은 작은 사랑이었고 어리숙한 사랑이었죠]을 통해, 서툴고 어수룩했던 지나간 사랑에 대해서 돌아보며, 스물아홉의 마무리에서 나름의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타린의 겪어온 사랑은 꿈꾸는 낭만부터 잊고 있거나, 꺼내 보지 못한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이 있었고, 그중에서, 들꽃 같은 작은 사랑이 있었고, 이는 오래된 정원 같은 낡은 사랑이었고, 덜 익은 자두와 같이 시큼 텁텁한 사랑이었고, 때론 뾰족해서 아프고 가까이하기 힘든 사랑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을 사랑하는 타린은 앞으로도 영화 같고 드라마 같은 삶과 사랑을 여전히 꿈꾸며 노래하려고 한다.
06. 이 또한, 지나가니까
시간이 약이라는 말 있다. 'Time heals everything.' 타린이 항상 가슴 속에 품고 사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한 감성을 담아내고 있는 [이 또한, 지나가니까]는 피아노가 주를 이루는 느린 템포의 발라드곡이다. 호흡을 느리고 길게 끌어가고 있어 가사를 하나하나 곱씹어 볼 수 있다. 4분이나 가까이 되며 점점 후반부로 진행되는 동안 피아노와 목소리 기타만 들리다 마지막 후렴구에서는 다양한 코러스와 더블링된 기타로 임팩트를 짧게 주며 곡이 끝난다. 무엇보다 어쿠스틱 악기를 중심으로 감정을 깔끔하고 담담하고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또한, 차분하게 가사 하나하나를 곱씹어 볼 수 있는 곡이기도 하다. 4분이나 가까이 되는 동안, 1절과 2절에서 노래하는 멜로디가 달라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타린은 [이 또한, 지나가니까]를 통해, '걱정 말아요, 다 지나갈 거에요'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유난히 힘든 한 해다. 곧 겨울이 다가오는 가을. 타린의 메시지가 많은 사람에게 잔잔하지만 힘 있는 위로로 다가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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