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 [차현 프로젝트1]
1) 달빛서린 산비탈에는
할머니댁이 있는 배말에 가는길엔 항상 왼쪽에 봉이산이 보이고
산아래 길가에는 가슴 푸르던 나의 첫사랑이 살던 집도 있었다.
2학년까지 다닌 원주 국민학교가 쌍다리건너 원주경찰서를 지나
야트막한 언덕위에 있었고 강처럼 넓은 개울가엔 하얗게 이불호청이
널리고 빨래나온 우리엄마는 나의 하학시간에 뚝방위 다리옆에서
기다리시다“혀나-”나를 부르던 내 유일한 짧은 기억이 머문 고향
밤 카페 유리창에 비친 웬 주름진 얼굴이 커피잔을 매만지며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다.
2) 순례
고교시절 어느날 어머니가 아버지와 신접살림을 차렸을때 뭣모르고
처음 사신 것이 하필 소쿠리였다며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내가 태어나기전 6.25사변때 인민군에게 서울이 점령당하자
남쪽으로 피난떠나시던 이야기.
한강다리가 끊어져 마포강가에서 겨우 살아남아 용산집으로 돌아오신 이야기
일사후퇴 엄동설한에 열차지붕에 올라 부산까지 피난가셨던 이야기를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주셨다
우리 부모님 세대의 삶이 그랬다
전쟁후에 지난한 삶을 사시면서 겸손하게 사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시고
순례를 마치신 부모님께 엎드려 감사드린다
지금도 어머님음성이 그립다
3) 소풍
돋보기를 쓰고 책볼나이가 되면서 그리운이들이 하나둘씩 떠난다
평생을 형제처럼 지내던 영필이가 떠나고
무소유의 멋을 알게 해주신 나의 멘토 법정스님이 떠나고
가슴따뜻한 노무현 대통령이 떠나고
우리 서민에 기수였던 노회찬 의원이 떠나고
사랑하고 고마워하던 그리운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져간다
옆구리에 스산한 바람이 스친다
이젠 그리움도 바람에 걸어놓고 휘적휘적 떠나시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