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 트리오' [차현 트리오 작품집 하나]
1) 비라도 왔으면 좋겠네
나의 어린시절,청소년,청년시절을 함께한 동갑내기소꼽 여자친구. 아기때부터 나의 아내라고 생각했던 나의 첫사랑! 너무 아까와 손도 제대로 잡지 못하던 첫사랑을 두고 입대를 해야했다. 입대하면서 기다려 달라는 말도 못했다. 그녀 집안에서 반대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교사였고 나는 음악을 하고 있었다. 가끔 그녀의 교실에서 만났지만 결혼하고 싶다는 말도 못했다. 나는 장발에 음악하면서 껄렁거릴 때였고 참한 젊은이가 아니였다. 잘못 말하면 그녀를 잃어버릴 것 같았다. 음악으로 돈을 번다는 생각도 없었다. 너무 어렸고 어찌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다. 씩씩한척 했지만 그녀가 떠난다 해도 말릴 방법이 없었다. 결국 그녀는 내가 군복무중에 결혼을 했다. 요즘 젊은이들과 상황은 다르지만, 나와 같다는 생각에 햇볕은 내리쬐고 버석한 어느날. 비라도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다 쓰게 된 곡이다. 그 안타까움을 어디에 비할까 ?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아리다.
2) 독백
누구나 그렇겠지만 난 유난히 가을을 좋아한다. 가을만 되면 가을를 찾아 미친 듯 돌아다녔다. 내가 가을인양, 젊은 시절 그렇게 찾아다니던 가을, 시간이 흘러 어느날 내가 가을이 되어 가을속에 있었다. 모든것이 가을이고 혼자였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것인가, 젊은 날의 푸르른 가슴도, 음악에 삶을 싣고, 열정하나로 살아온 시간이 이렇게 무력하게... 아무도 찾지않는 시간. 평생의 하나인 동무도 일찍 떠나고 아내의 힘든 뒷모습. 늙은 악사의 가을은 비에 젖은 낙엽, 종이배처럼...
3) Witer Flower
어느날 아내가 서럽게 운다. 삶이 힘들어서이고, 앞으로의 삶이 무서워서, 내일이 안보이는 삶. 내가 다 벌려놓은 일이다. 나의 일에 반대를 안하는 그녀가 겪는 설움이다. 그 힘듦을 버틴다. 저렇게 서러워하다, 또 그 힘듦에 돌아간다. 눈속에 핀 꽃보다 더 힘든 얼음으로 태어난 꽃 같다. 그 고운 마음씨 때문에, 그렇게라도 살아야 하니까.
4)살다가 보면
고교시절엔 격투기와 스케이트를 탓고 대학에 떨어지고 암벽등반을 하며 서울 근교 암벽과 설악에 원정도 가고 일본 모지 산악회 암벽팀과 합동 등반도 했었다. 대학을 들어가서는 하고 싶던 음악을 했다. 전공과 관계도 없는 음악을 하고 미8군에서 친구들의 소개로 그룹을 결성해 밴드를 시작했다. 내가 암벽 할때는 군화를 신고 자일은 군용자일, U,S 캐러비 등 전부 군용으로 인수 슬라브와A코스, 선인봉 C코스와 박쥐를 주말마다 맨손 등반을 했다.봉봉보다 큰 하켄이 필요할땐 참나무 장작을 박아서 대신 쓸때였으니, 등반 내내 무서웠다.그 무서움이란 등반때도, 음악생활도, 삶도, 무섭다.슬라브를 손톱으로 걸고 올라가고, 표범에서 크랙을 째고, 엎자일링으로 박쥐쪽으로 내려오면 깍아지른 벼랑 저멀리 창동이 밑에 보인다.정신을 차리고 몸에 중심을 잘잡아 서두르지말고 신중히 내려오면 집에 갈 수 있다.
5)사랑시
아내의 얼굴을 본다. 생기가 없다. Jazz Club을 십년넘게 했으면 적어도 전세정도는 살아야 할 것 아닌가!
음악생활이 좋아 돈버는법을 못 배웠다.지금은 아내가 일을 하고 있다. 매일 아파하면서도 내가 기죽을까봐, 전전긍긍하며.내가 음악하는 것을 탓한적도 없고, 지금도 음악하는 것엔 반대도 없다. 내가 죽어도 기억할 내 아내다. 혼자인 것을 무서워하는 그녀, 언젠가 우리가 헤어질 것이지만, 혼자이게 하고 싶지않고,그녀가 무섭지않게 같이 가고 싶다. 비록 내가 떨어져 지켜보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사랑한다 뚱뚱해진 내 아내를.
6)Ice Dancing
3년전 겨울 경기도 두물머리에서 내 동무와 열흘동안 함께 지낼시간이 있었다. 논이 얼고 양수리 강도 얼었다. 친구는 몸이 아파 잠이들었고 나는 올빼미 삶이라 연습하다 옛일이 생각났다. 중학교 일학년때쯤 그녀석과 내가 한강철교에서 스케이트를 타고 구로동 건빵공장 근처까지 갔다 돌아온 일이 있었다. 겨울이면 한강이 얼던 시절이었으니까. 어린시절 함께 지낸 시간들을 생각하며 쓰게 된 곡이다. 어름지치기를 표현한다는 것이 피겨스케이트에 어울리는 삼박자로 쓰게됐다. 다음해 봄날 그는 떠났다. 내평생 유일한 동무인 그에게 이곡을 보낸다.
7) Gate of Wind(장현에게)
벌써 긴시간이 지난 기억...
워터콕을 오픈할 때 나이트크럽에서 음악을 오래한 경험으로 음향과 모니터를 잘 배치해 음악하기 좋게 만져놓은 덕택에 첫날 그는“피아노 소리가 어떻게 이렇게 좋아” 하던 그였다. 홍대근처에서 자취하고있던 그는“장현아 피아노 펑크났다”하면“형 제가 갈께요”싫다는 말이 없었다 학교에 내려가 있거나, 다른곳에서 연주가 있는날 빼고는. 큰키, 커다란손, 어린아이같은 웃음, 말하는 모습, 머리를 피아노에 파묻고 연주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 큰손에서 나오는 발라드는 일품이었다. 말없이 전주를 나가면 무슨곡인가 헤아리다가, 곡이 시작될때는 스릴이 있었고, 그의 전주는 매일 다르면서 아름다웠다. 오랜시간 함께 연주했고, 오랜시간 함께 연주할것이라 생각했던, 그가 서른다섯에 별이 되었다. 잊혀지지 않는 연주인이다.
8)노란꽃 하얀구름
삶이 힘들고 척박하다. 나는 지금도 철없이 노래같은 삶을 살고 싶다. 이번 작품 노래들이 전부 아프다. 굵게 패인 소나무의 주름처럼 살아간다는 것은 성장의 찢어짐처럼 아픔을 동반하는가 보다. 그래서 늘 생각하는 그런 삶을 곡으로 써보았다. 그리고 나와 함께하는 아내에게“하얀 구름 떠있고 바람은 고요한데 꽃밭너머 오솔길 그대가 웃고있네”그곳에 그녀가 함박웃음짓길 바라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