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월간 윤종신] 10월호 ‘느슨’ (Feat. 신치림)
2020 [월간 윤종신] 10월호 ‘느슨’은 지난 한 달 간 윤종신에게 오래 머물렀던 기분과 생각을 정리한 곡이다. 이제 이방인 프로젝트가 후반부에 접어드는 시점이기도 하고 도중에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도 해서 그런지, 그는 지난 한 달이 다소 무겁고 복잡했다고 이야기한다.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자주 멍해질 수밖에 없었고 또 의욕도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고. 하지만 그는 일단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경험한 덕분에 오히려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 앞이 아닌 곳을 바라봐야했기에 비로소 곁에 있는 사람들과 그들을 향한 마음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상을 치르는 동안 참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코로나 때문에 조문이 무척 어려운 상황이었고 마음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먼저 말씀을 드렸는데도 결국 찾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바쁜 와중에도 잠시 짬을 내어 들러주거나 안전에 신경 써가며 같이 밤을 새워준 내 사람들, 내 친구들이요. 그들과 장례식장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우리가 참 많은 생각을 짊어진 채 복잡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걸 실감했어요. 아직 내려놓을 나이는 아니지만 너무 치열하고 정신없이 내달리고 있다는 인상도 받았고요. 장례를 마친 뒤에도 저는 그들을 이따금 떠올렸고, 결국 저를 포함한 저의 주변 사람들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에 담아보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떠나시면서 제가 주변을 다시 살필 수 있게 도와주신 것 같아요.”
이번 곡을 만드는 동안 윤종신은 자기 자신은 물론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이익이나 평가, 성과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정작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은 후순위로 밀어두고 있을 사람들에게 조금은 느슨해져도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곡을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하림과 조정치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그에게 가장 가까운 친구일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가장 힘을 뺀 상태로 열심히 살고 있는 동료이기에 이 노래의 메시지와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이번 노래는 힘을 빼야 할 때는 빼자는 얘기지, 대충하자거나 욕심을 버리자는 얘기는 아니에요. 저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욕심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늘 욕심을 앞세우면서 최선을 다하는 게 능사는 아니거든요. 마냥 힘을 준다고 해서 그 일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닐 뿐더러 오히려 힘을 빼야만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기도 하니까요. 왜 야구에서 힘을 빼고 배팅하면 더 멀리 나간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요. 신발 끈은 달릴 때만 묶으면 되는 거잖아요. 발에 피도 잘 안 통할 정도로 항상 꽉 묶고 있을 필요는 없는 거죠. 우리에게는 느슨해져야만 비로소 다시 보이는 것들이 있고, 저는 그것들이 분명히 우리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10월호 이야기]
“코로나 방역 빼고는 모두 다 조금만 느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