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누구보다 간절히 행복을 바라는 이의 노래
강백수 [3집 Track. 09 ‘불행은 나의 오랜 벗’]
삼봉이의 원래 이름은 용마.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놀이공원 용마랜드에서 발견된 어린 고양이였습니다. 사람들이 버리고 간 음식쓰레기들과 가끔 운 좋게 얻은 간식들로 연명했을 작은 고양이는 어느 동물 보호 단체에 의해 구조되었고, 임시보호처를 거쳐 우리 집 고양이인 삼봉이가 되었습니다.
우리 집에 처음 왔던 그 날은 쌀쌀한 늦가을 날이었습니다. 임시보호자분들의 품에 안긴 채 낯선 우리집에 도착한 삼봉이는 임시보호자분들이 떠나고 난 뒤 침대 밑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 밤새도록 나오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버림을 받았다고 생각했는지 밤새도록 구슬프게 울어대기만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놀이공원을 찾고, 삼봉이를 발견하고 예뻐하다 떠났을 겁니다. 삼봉이의 울음소리는 마치 ‘너도 언젠가 날 떠날거잖아’라고 타박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루가 넘게 숨어있던 녀석이 나온 건 내가 외출하기 위해 현관 앞에 섰을 때였습니다.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려던 찰나 삼봉이는 쇼파 밑에서 기어나와 가지 말라는 듯 내 바짓단을 움켜쥐었습니다. 그것이 녀석과 나의 최초의 교감이었고, 비로소 삼봉이는 나의 반려묘가 되었습니다.
떠날 마음이 없는 이에게 어차피 너도 떠날 것이지 않느냐며 마음을 닫고, 그가 정말로 떠날 기미를 보이자 바짓가랑이를 잡고 제발 떠나지 말라고 애원하는 모습은 나의 어떤 시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사랑하면서도 이별이 두려워 마음을 열지 못하고, 그런 모습에 지쳐 떠나려 하자 울며 매달리던 바보같은 시절이 내게도 있었습니다.
‘불행은 나의 오랜 벗’은 그 시절의 나, 그리고 처음 내게 마음을 열기 전 삼봉이의 모습을 함께 담아낸 노래입니다. 과거는 우리를 머뭇거리게 만들고 미래는 우리를 두렵게 만듭니다. 그러나 사실 사랑받고 있는 현재의 우리에게는 머뭇거릴 이유도, 두려워할 이유도 없지요. 날이 추워집니다. 지나가버린 일이나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한 생각에서 벗어나 그저 따뜻하게 사랑만 하는 현재를 누리기를 바랍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