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이자람밴드, 김희선(이씨스터즈), 차승우 [부평사운드vol.2]
VOL.2_SIDE A ‘오해하지 마세요’ 김희선X아마도이자람밴드
‘오해하지 마세요’의 주인공 이시스터즈는 전국의 미군클럽무대와 일반무대를 주름잡았던 1960년대의 슈퍼 걸그룹이었다. 매주 부평 애스컴의 클럽무대에 올랐던 그들은 미군 장교와 하사관들이 좋아했던 당대의 히트 팝송을 화려한 화음과 발랄한 춤을 곁들여 노래해 큰 사랑을 받았다. ‘울릉도 트위스트’ 같은 대표적인 히트곡이 아닌 ‘오해하지 마세요’의 선곡은 의외다. 1973년 발표된 이시스터즈의 마지막 앨범 [그 10년의 총결산]에 수록된 이 노래는 널리 알려진 히트곡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당대의 기인 제작자 황우루가 만든 ‘오해하지 마세요’는 이시스터즈의 활동을 결산하는 베스트앨범에 수록된 점으로 미뤄 이미 60년대 말에 발표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 노래가 널리 알려진 것은 이시스터즈의 1973년 앨범보다 1년 앞선 1972년에 멜로디는 같지만, 제목과 가사가 다르게 발표된 포크 가수 서유석의 ‘정말 몰라요(내가 알게 뭐예요)’가 결정적이다. 당대 젊은 세대들의 세태를 유쾌하게 풍자한 서유석 버전의 편곡과 가사는 쉽고 경쾌한 코드 진행으로 상당한 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짓궂은 남학생들 사이에서 가사를 시류에 맞게 개사해 유행하면서 금지의 멍울까지 썼었다. 처음 작곡 미상으로 알려졌지만 황우루와 서유석의 창작곡이 되어 있는 사연 많은 이 노래는 ‘내가 알게 뭐예요’로 수정된 리메이크 제목이 유행어가 되었을 정도로 오랜 기간 회자되었다.
이시스터즈의 원곡은 젊은 남녀의 감정을 발랄하게 스케치한 전형적인 60년대 스타일이다. 봉봉사중창단 이계현의 피쳐링 참여로 생동감이 넘친다. 반면 아마도이자람밴드와 이시스터즈 김희선의 2020 버전은 느릿하고 진중한 분위기로 재해석되었다. 처음 듣는 청자는 두 곡을 다른 노래로 오해할 수도 있다. 사실 60년대를 풍미했던 이시스터즈와 최연소 춘향가 8시간 완창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국악인 출신 이자람의 만남은 40년이 넘는 서로의 활동 시대 간극만큼이나 음악적으로도 다른 질감이다. 쉽지 않았을 협업에 대해 김희선 선생은 “처음엔 발랄한 원곡과 다르게 편곡된 악보를 보고 생소했지만 연습하면서 새로운 매력을 발견했다. 까마득한 후배와의 이번 작업을 통해 잠들어 있던 나의 내면의 끼가 되살아나면서 아직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 행복한 경험을 했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한국대중가요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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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2_SIDE B ‘그대는 가고’ 차승우와 조카들
차승우의 프로젝트 밴드 ‘조카들’이 엮어낸 ‘그대는 가고’는 부평구문화재단이 추진하는 기획 [부평 사운드(Bupyeong Sound)]의 지향을 압축하고 대변한다. 부평 애스컴 미군클럽에서 활동한 우리 음악가들의 유산을 복원하는 단계를 넘어 후배들의 헌정으로 잇고 나아가 지금의 감수성과 접점을 바라는 의향이 즉각 포착된다. ‘노브레인’ ‘문샤이너스’ ‘모노톤스’의 키 맨 차승우에 의해 저 옛날 1968년 차중락의 노래가 2020년 감각으로 돌아오는데 성공했다.
원래는 차승우와 그의 아버지인 ‘1960년대의 레전드’ 차중광이 함께 하기로 해 시작부터 관심사였다. 하지만 차중광이 지난 8월 27일 암 투병 중 별세하면서 이 부자(父子) 합작 녹음은 완성되지 못했고 차승우가 떠맡게 되었다. 곡의 주인공 차중락은 초기 록 밴드 ‘키보이스’의 멤버로 미군클럽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으나 스물네 살 요절했고 너무나도 유명한 유작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을 남겼다.
차중광은 그의 친동생, 그러니까 차중락은 차승우의 큰아버지다. 차승우의 부담과 책임감이 컸을 수밖에 없다. 어린 조카로서, 아들로서 선대의 누를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음악인생 중 가장 무겁게 마음을 먹은 노래”라고 했다.
차승우는 초창기 포크 듀엣인 ‘뜨와에므와’의 이필원이 작곡해 포크 숨결을 머금은 스탠더드 팝의 느낌을 서프 기타를 동원해 창의적으로 ‘헌정’하는 동시에 모던한 록 편곡으로 지금의 감성과 맞닿게 만들었다. 옛 곡의 막연한 재현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찾는 재해석으로 온고지신의 미덕을 획득한 것이다. 깔끔하다. 이런 게 재탄생이다. 지금 음악수요자들과의 동행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들은 비로소 이런 곡이 글로벌 시장을 석권 중인 K팝의 시작점임을 알게 될 것이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