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eanfromtheblue - Luv-fi (2020)
oceanfromtheblue의 (이하 OFTB) “Luv-fi (2020)”는 음악적 정체성의 뿌리가 되는 전작 “Luv-fi (2018)”과 연속선을 이루고 있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리스너들에게 보답하며 앞으로의 리스너들에게 OFTB의 정체성을 선언하는 이 앨범은 OFTB가 구축해온 꿈과 같은 음악 세계를 세상에 드러내 보인다.
도서관에서 빠져드는 한낮의 달콤한 꿈을 전경으로 하는 “Luv-fi (2020)”의 친근한 서사는 “Luv-fi (2018)”의 음악적 장치들을 차용하여 Luv-fi 시리즈의 서막을 열어 보인다. “Luv-fi (2018)”의 주인공이 버스에 타기 전의 그 이야기, 그 해답은 “Luv-fi (2020)”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일상의 소음, 중첩되는 작법,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멜로우한 음색 등은 “Luv-fi (2018)”로의 연결을 암시하며, 평행한 구조 속에서 이 모든 이야기의 출발을 알린다.
OFTB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가졌던 색채 역시 전작들과의 흐름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Luv-fi (2020)”에 녹아 들어가 있다. 가공되고 합성된 전자음보다는 직선적이지만 부드러운 아날로그 사운드, 드라마틱하고 솔직한 OFTB의 보컬, 무드를 형성하는 각종 이펙터는 로우-파이를 지향하던 OFTB의 초기 사운드 골조를 원숙한 방식으로 드러내보인다. 다채로운 음색들로 채워진 공간감, OFTB의 보컬을 이어받는 기타의 흐름을 집중청취해본다면 OFTB의 섬세하고 감각적인 스타일을 느껴볼 수 있다.
치밀한 설계를 바탕으로 쌓아올려진 음악적 암시, OFTB의 색채가 그대로 묻어나오는 컴포지션, 꿈과 같이 나른한 보컬을 탐색하다보면 어느 새 “Luv-fi” 시리즈로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Tracklist
01. 13:30 (intro)
오후 1시 30분의 도서관 소음을 배경으로 트랜스 상태로 접어드는 인트로는 한낮의 달콤한 꿈을 그리는 “Luv-fi (2020)”의 서막을 알린다. 비현실적인 공간을 풍부하게 채우는 소리들과 OFTB의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는 한낮의 오수에 취해본 그 누구라도 마주했을 법한 꿈같은 감각들을 환기시킨다.
02. 소나기
인트로와 이어지는 트랙 ‘소나기’는 “Luv-fi (2018)”의 2번 트랙의 계보를 이어 지친 이들을 위로하는 트랙으로 구상되었다. 웅덩이가 소나기에 잠기듯 우리 모두가 저마다의 슬픔에 잠겨버릴 때, 어떻게 하면 서로의 감정의 골짜기에 더 깊게 닿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 누군가의 부재와 큰 상실감을 경험한 이들의 마음을 소나기처럼 메워주고자 하는 OFTB의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03. baby
어쩌면 OFTB의 음악 역사의 출발이자 OFTB의 스타일의 정수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트랙. 지금의 OFTB를 형성한 “Luv-fi (2018)”의 주제의식과 무드를 리스너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보여주고자 했다. 한 가지 놓칠 수 없는 묘미는 바로 OFTB를 세상에 알린 유튜브 데모곡과 영상 스토리가 담긴 뮤직비디오를 감상하여 ‘baby’의 변주를 다채롭게 느껴보는 것이다.
04. flying to the moon
OFTB는 앨범 작업을 하면서 읽었던 시집들에 영감을 받았다. 동아시아권 고전문학에서 등장하는 ‘달’의 모티브를 통해 상대를 사랑하는 마음을 빛의 비유로 그려냈다. 최근의 음악들을 떠나 예전 시절로 돌아왔음을 알리는 본 트랙들의 시적인 장치들은 “Luv-fi (2018)”의 청자라면 눈치를 챌 만한 반가운 암시들을 포함한다.
05. angel (interlude)
이 노래가 끝나면서 잠에서 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담긴 곡. 꿈이 끝나기 직전의 나른한 잔상들을 표현하기 위해 OFTB의 목소리와 피아노 반주 하나만을 어레인지했다. 한낮의 짧은 오수를 깨우는 알람 소리를 통해 인트로-인터루드-아웃트로로 연결되는 서사구조를 추적해보자.
06. 셜록
낮잠으로 재충전되어 밖을 나서는 사람의 경쾌함이 드러나는 3박자의 트랙. 사랑하는 사람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 마치 탐정이라도 된 것만 같다는 가사는 사랑에 빠졌을 때 느껴지는 솔직하고 생생한 감정들을 담았다. 풍성하게 쌓아올린 애드리브와 코러스, 공간감을 채우는 화이트 노이즈나 fx는 OFTB의 몽환적인 보컬과 어우러져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감미로운 질감을 형성한다.
07. 아이
중의적인 트랙의 제목은 나 자신(i)과 순수한 아이 사이 그 어딘가를 추구하는 OFTB의 자전적인 목소리를 담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보폭에 맞춰 아이처럼 한 걸음씩 내딛겠다는 가사는 삶에서 처음으로 느껴졌던 순수한 열정을 상대와 다시 한 번 공유하겠다는 열망을 담았다.
08. 연애
트랙 ‘연애’는 감정이 무르익었을 때 터져 나오는 유치하고 솔직한 감정들을 그려낸다. 사랑하는 상대에 대한 감사한 마음과 찬사를 담은 세레나데와 같은 트랙으로, 결혼식 축하곡과 같이 친근하고 감미로운 선율들을 담고자 했다.
09. wish
‘baby’와 같이 OFTB 음악의 기반이 되었던 또 다른 트랙으로, 체험에 기반한 수사적인 장치와 구체적인 표현, 시적 이미지들이 그대로 담겨 OFTB 고유의 작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4년 전의 ‘wish’를 유튜브에서 찾아 비교감상을 해보는 것 또한 “Luv-fi” 를 풍부하게 듣는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10. 위례신도시 (outro)
이야기의 주인공은 도서관 문을 열고 걸어 나와 바깥의 소음들을 마주한다.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는 주인공은 “Luv-fi (2018)”의 1번 트랙으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