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튤농' [쵸재깅]
당신은 심해아귀의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 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한 적은 있을 것이다. 수심 200메다가 넘는 어두운 바닷속에서 대가리에 달린 빛으로 먹이를 유인한 뒤 순식간에 낚아채버리는 잔혹하고도 공격적인 그 물고기다. 생긴 것만 그런 줄 알았던 '네덜란드 튤립농장'이 이번에는 아주 공격적인 싱글 [쵸재깅]으로 돌아왔다. 머리에 빛이라고 하면 그나마 M자 탈모가 진행 중인 이규범 뿐이긴 한데 이 미미한 빛으로 어떻게 대중을 유인할지 막막하긴 하지만 일단은 들어보자.
이번 싱글 [쵸재깅]은 제목부터가 흥미롭긴 하지만 누군가에겐 생소한 단어일 수 있다. 설명을 하자면 별다른 의미는 없고 과거 싸이월드를 즐기던 네안데르탈인들이 영타로 'cyworld'라고 쳐야하는 것을 한타로 두고 치는 바람에 생긴, 나름 귀여운 방식으로 싸이월드를 칭하는 단어다. [쵸재깅]은 이제는 싸이월드를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긴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는 SNS 환경 속에서 인간적으로 상처받는 사람들을 위한 앨범이라고 보면 편할 듯 하다. 마치 인스타그램에는 차마 올릴 수 없어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싸이월드에 돌아와 '선생님 마음대로 제 마누라 때리지 마세요.' 라고 중얼거려 보는 것이다.
[쵸재깅]의 타이틀곡 '쵸재깅'은 '2018 홍순인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인물 -80kg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이규범이 홍순인을 관찰한 결과물로 보는 것이 학계의 두루미다. 이규범의 시선 속 홍순인은 하루의 대부분을 인스타그램 속에서 살고 있었다. 홍순인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지난 밤에 올라온 친구들의 모든 피드에 좋아요를 누르고, 모두 누르기 전까지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홍순인은 왜 그렇게 인스타그램에 집착하는가?' 라는 궁금증으로부터 시작된 곡이고, 이규범은 그 답을 사랑에서 찾았던 것이다.
실제로 홍순인은 아직까지 싸이월드 다이어리를 이용하고 있고 인스타그램에 차마 올릴 수 없는 감정의 배설을 한다고 전해진다. 게다가 평소 이규범은 홍순인을 찌질한 사랑 분야의 대선배로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따위 가사 구성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다. 아직 홍순인이 왜 인스타그램에 집착하는지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ㄱ r끔 눈물을 흘ㄹ ㅣ거나 하진 않긜...☆
이번 '튤립에세이(쵸재깅)'는 홍순인이 직접 나레이션에 참여했다. 외모지상주의와 사이버 스토킹, 익명성을 통한 범죄 노출 등 SNS의 역기능을 녹여 만든 픽션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은희영이 아닌 새로운 해외파 뮤지션이 이 곡을 위해 희생해주었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버클리 음대와 마스트리흐트 컨서바토리에서 수학한 수재이지만, 입국 후 첫 행보가 '네덜란드 튤립농장'의 싱글 앨범이라는 점에서 깊은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그래도 본인이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프로의 정신을 배워갈 수 있었던 녹음이었다고 멤버들은 회상한다. 하지만 크레딧에 본인의 이름을 넣는 것은 아직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하였기 때문에 앨범 소개에서도 차마 이름은 비밀에 부쳐둔다.
먼 옛날 간디는 플랫폼으로 떨어진 한 쪽의 신발 때문에 신고 있던 다른 한 쪽까지 떨어진 신발 옆으로 던졌다는 일화가 있다. 잃어버린 것을 아쉬워하기 보다는 다른 누군가가 온전히 사용하길 바라는 마음... 그게 도대체 무슨 연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의 따뜻했던 그 마음이 다시 떠오른다. 그녀의 첫 행보는 이따위 앨범이었지만 그녀가 먼 타국의 강의실이란 감옥에서 졸업이란 석방을 기다리며 꿈꾸었던 음악을 해나가길 바란다.
'네덜란드 튤립농장'의 '음악성'이라는 것을 정의할 수 없다고 감히 이야기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지구력은 없지만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순발력은 있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의 행복을 찾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음악은 성장기에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성형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이렇게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그 자체로 '네덜란드 튤립농장'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지난 싱글 [호밀밭의 베이시스트]와 이번 싱글 [쵸재깅]에서처럼 자신의 이야기가 노래가 되면 멤버 본인이 불러버리는 발상의 전환같은 것들 말이다. 앞으로도 재미있고 어처구니 없는 작업들을 많이 해주길 바란다.
[1보] 무명가수 이규범, 남들과 비교해선 행복해질 수 없어... 스스로의 행복을 찾을 것.
[단독] '호밀밭 베이시스트' 최민영, 결혼 취소돼... 비혼주의자로 평생 살아갈 것.
[속보] 은희영 싱글 앨범 [걷다] 발매, 잠실종합운동장서 개인콘서트 개최가 목표... 멤버들에게도 표값 받을 것.
네덜란드 튤립농장 안티팬클럽 회장(34)
Produced by 네덜란드 튤립농장
Mixed, Recorded by 이평욱 @ Booming Sound
Mastered by 권남우 @ 821 Sound
Liner notes by 홍순인
Album artwork by 정명철(RSP025.COM)
Presented by 네덜란드 튤립농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