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바람을 입히다
Cool~한 리메이크 “4.10 MHz”
팝 음악의 역사에서 명곡은 특정 뮤지션의 이름에 갇히지 않는다. 수많은 뮤지션의 목소리와 악기에 얹히며 계속해서 새로운 명곡으로 재탄생한다. 물론, 원곡을 넘어선 리메이크곡을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각인된 원곡의 스타일을 그대로 해도, 반대로 너무 바꾸어도 대중의 사랑을 다시 받기 쉽지 않다.
하지만 재즈씬으로 눈길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진다. 재즈 특유의 다채로움은 같은 멜로디에 새로운 숨을 불어 넣고, 리메이크곡은 나름의 가치를 확인하게 된다.
영준이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 “4.10 MHz”는 앨범 전체에 편안한 재즈의 색을 입히며 앨범으로서의 가치를 확보했다. 의미 없는 이벤트성 리메이크 앨범이 아닌 앨범으로서 가치를 갖는 작업이다. 계속 언급해왔던 영준의 크루너로서의 보컬능력은 팝과 재즈의 스타일 어느 쪽에 걸쳐도 매력적이며, 리메이크 앨범을 통해 그 매력은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앨범의 전체 색은 웨스트코스트 재즈를 연상시키는 잔잔한 흥겨움으로 칠해졌다. 발라드, 댄스 등 각기 다른 가요 원곡을 재즈 성향의 반주로 편곡했고, 영준의 보컬도 반주에 맞춰 편안하게 노래했다. 재즈와 팝이 적절히 배합되어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으면서도 리메이크곡의 새로운 멋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리메이크 된 곡들의 면면도 재미있다. 1988년부터 1997년까지 발표된 곡들로 댄스, 발라드가 적절히 채워졌다. “MHz”라는 용어에서 느껴지듯 라디오가 사랑받았던 시절, 라디오에서 흘러나올 법한 노래들이 편안하게 흘러나온다. 모두 영준의 학창시절에 발표되었던 곡들로, 영준이 추억하는 어린시절의 애청곡들이다.
앨범의 문은 댄스그룹 노이즈가 1994년 발표한 ‘내가 널 닮아갈 때’. 선선한 바닷바람을 맞는 듯 상쾌한 사운드가 봄과 어울린다. 잔잔한 소울풍의 브라스 전개가 전자음악으로 채워졌던 원곡과 대비되며, ‘이 곡이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라는 신선함을 선사한다. 이 곡은 소울 레전드 마빈 게이(Marvin Gaye)의 명곡 ‘What’s Going On’에 대한 오마주. 마빈 게이와 노이즈를 매칭시킨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두 번째 곡 역시 원곡의 완벽한 변신이 신선한 매력을 전한다. 1997년 룰라가 발표했던 ‘연인’을 라틴 재즈 스타일로 편곡했다. 푸르겔혼, 아코디언 등 개성 강한 악기들을 활용해서 곡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귀에 익은 발라드 멜로디들도 영준의 목소리로 다시 만날 수 있다. 1988년 발표된 양수경의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1989년 발표된 홍서범의 ‘나는 당신께 사랑을 원하지 않았어요.’를 원곡 멜로디를 크게 해치지 않고 편안하게 불렀다. 노이즈, 룰라의 곡을 파격적으로 변화시킨 두 곡, 발라드 멜로디를 해치지 않고 노래한 두 곡이 대비된다.
마지막 곡인 ‘목동에서’는 1996년 발표된 박정운 5집 수록곡. 영준이 좋아했던 숨겨진 명곡으로 퓨전 재즈 스타일의 기타 반주에 맞춰 깊은 감성을 담아 노래했다. 가사에 담긴 슬픔을 잘 살리면서도 앨범 전체의 톤을 해치지 않고 편안하게 추억으로 안내한다.
4월 10일에 발매하는 “4.10 MHz”... 30년 전 라디오 앞에서 사연 소개를 기다리던, 20년 전 짝사랑에 망설이던 그 순수했던 추억들이 바람처럼 다가온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