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부스 (Phonebooth)' [외출]
내 밖으로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우리의 삶은 많은 후회와 미련을 남기고 지나간다. 하지 말아야 했던 일들과 그냥 흘려 보냈던 선택들은 '이미 지나버린 시간'이나 '가지 않은 길'이 되어 우리 주변을 서성인다. 하지만 이것들과 우리는 동행할 수 없기에 두고 가야 하는 '자리'와 벗어날 수 있는 '사이'를 '외출'이라는 가장 평범한 방식으로 제안한다.
집과 직장을 벗어나 늘 지나치기만 했던 정류장에 내려 보거나, 항상 몇 발자국 모자란 파란 불을 지나 낯선 풍경 속에 잠시 나를 세워보면 하루는 피안의 환영처럼 느껴지고, 어떠한 이유도, 아무 목적도 없는 이런 자유로움 속에서 나는 비로소 세상과 동등함을 느낀다. 서로 이용하거나 사용하려 들지 않는, 오직 시간만이 흐르고 있는 이 ‘외출’은 세상 속에 불순물처럼 떠다니던 나를 정제해 준다. 노래는 이러한 감상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우리를 '지치게 한 말'과 '힘들게 한 시간'을 모두 걷어내고, 마음 한구석 둥지를 틀고 있던 심정들을 날려 보낸 후 바라본 순도 높은 자신을. 이때의 나는 세상이고 길이며 밤인 것이다.
인사와 안부는 기약 없는 약속처럼 느껴지지만, 우리의 '외출'은 그렇지 않기에 감히 남기지 말자 말한다. 결국, 이 세상 모든 외출은 자기 자신에게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내게서 멀어지는 것은 나에게 더 가까이 가는 방법이기에 노래는 이 긴 외출이 '나에게 닿기를, 너에게 가기를'이라고 마지막으로 외친다. 출발할 때의 '나'와 도착한 곳의 '내'가 같은 좌표 위에 조금은 다른 존재로 서게 되길 바라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