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마음을 흐르는 눈물의 봄비...
브아솔 '영준'의 두 번째 듀엣 프로젝트
겨우내 꽁꽁 얼었던 마음이 봄을 맞으며 사르르 녹아내릴 것만 같지만, 묘하게도 봄의 따뜻함을 이끌어 내는 봄비의 심상은 그리 따뜻하지 않다. 꽃이 피고, 따스한 봄의 색이 내 주변을 감싸지만 아직 상심을 씻어내지 못한 이들에게 봄의 시작은 더 큰 고독과 상처를 안긴다. 그리고 그 즈음 추적추적 봄을 적시는 봄비는 그 고독과 상처의 깊이를 증폭시키기에 최적이다. 창에 흐르는 빗물에 눈물을 대입시켜 여린 감성에 생채기를 남기는 봄비의 잔인함은 한 여름의 폭우도 상대가 안 된다.
'브라운아이드소울'의 '영준'은 봄의 따스함이 시작되는 즈음 봄비의 이런 심상을 담은 듀엣곡을 발표했다. '구구단'의 메인보컬 '소이'와 함께 한 "봄비"다. '박인수'의 동명 타이틀 "봄비"에 비견할 애절함은 아니지만 이 곡 역시 행복하고 따뜻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차갑게 마음을 흐르는 눈물의 봄비를 표현한 곡이다. '차가운 비가 내려와 내 맘을 적셔와 이 밤도 그리워하는 난 어쩌면 좋아'라는 가사는 봄비 내리는 날 홀로 센티멘탈에 휩싸인 슬픔과 허전함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문제는 '영준'의 목소리에 담긴 따뜻한 기운. 눈물처럼 흐르는 봄비의 상심이 아리거나 고통스럽지 않게 하는 '영준'의 따스한 읊조림은 고독의 상심을 재회의 희망으로 바꾸어 놓는다. '흐르는 눈물을 알까 내 사랑을 알까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내게로 돌아와'라는 마지막 가사 또한 이 곡이 청자들에게 던지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노래처럼 또 '영준'의 목소리처럼 봄비가 그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어김없이 봄의 따스함은 행복감을 안겨주기 마련이다.
이 곡에서 가장 귀를 잡아끄는 부분은 역시 걸그룹 멤버 '소이'와의 콜라보레이션이다. '의외의 조합'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이미 언론에 공개된 바 있는 '영준'과 '구구단 소이'의 듀엣. 하지만 '영준'과 걸그룹 멤버와의 조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해 '러블리즈 류수정'과 "시작의 여름"이라는 곡에서 완벽한 삼촌 케미를 보여줬던 '영준'이기에 이번 '소이'와의 협연 또한 의외라기보다 기대되는 조합이었다. 기대만큼 '영준'과 '소이'의 조합은 성공적이다. 나이보다 원숙한 슬픔을 담아내는 '소이'의 표현력을 따스하게 흐르는 '영준'의 보이스가 끌어안는다. 따스한 봄 위를 구슬프게 흘러내리는 봄비의 심상이 두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 멋지게 표현됐다. 아무튼, 이전 "시작의 여름"의 글에서도 언급했듯, '영준'의 보이스는 분명 어린 걸그룹 보컬들과 절묘한 합을 만들어 낸다. 걸그룹 멤버들의 숨겨진 가창력을 확실하게 끌어내는 '영준'의 특별한 능력이 앞으로 또 누구를 빛나게 할지 궁금해진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