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의 두 번째 디지털 싱글 [우리 헤어진건가]
그녀가 처음으로 나에게 헤어지자고 했을 때 나는 믿지 않았다. 아니, 실감할 수 없었다. 나는 그녀가 이렇게 떠보는 것에 밀리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을 하고는, 그녀에게 이렇게 외쳤다. "그래, 그럼 우리 헤어지자" 고. 그녀는 나의 대답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은 기색이었다. 오히려 그전보다 침착해진 것 같았다. 마치 자신이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마침내 찾아낸 듯이, 묶여진 매듭을 끝내 풀어낸 듯이 얼굴의 긴장이 풀린 것 같았다. 그녀는 나에게 슬쩍 미소를 보이고는 등을 돌려 반대쪽 건너편으로 차분히 걸어갔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는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해가 저무는 지평선 너머로 사라졌다.
그녀의 머리 끝부분이 보일 때까지 나는 내가 잘했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머리카락이 지평선뒤편으로 사라지는 순간, 내 마음 속에선 무언가 뜨거운 것이 솟구치지 시작했다. 무의식에 가둬놓았던 온갖 찝찝한 생각들, 방금 전에 보았던 그녀의 미심쩍은 미소와 이완된 얼굴 근육의 의미, "옳거니"하고 나의 대답이 자신이 듣고 싶어했던 대답인 마냥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던 그녀의 모습들이 그 대문을 뚫고 나의 의식 속으로 용솟음을 쳤다. 나는 갑자기 혼란스러워졌고, 이게 단순히 그녀가 튕겼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걱정이 나의 심장을 날카롭게 스쳐갔다. 그 잡생각들은 내 머릿속에서 매분 매초 더욱 빠르게 회전하며 이곳 저곳을 마구 헤집었다. 그러다 갑자기 모든 것이 순간적으로 고요해지면서 내 머릿속이 하얘졌다. 그리고 마치 모든 것을 정리하 듯 하나의 문구가 시커멓게 의식 속으로 떠올랐다.
"우리… 헤어진건가?"
나는 천천히 고개를 내려 내 두 손을 주시한다. 마치 내 손이 아닌 것처럼 오늘따라 매우 낯설어 보인다. 내 손이 이렇게 거칠었나. 혹시 어제 봤던 그 외국인이랑 몸이 바뀌었나. 온갖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지금의 내가 내가 아닐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해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 엄청난 것을 저질러버렸다. 두 번 다시 그녀와 만나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내 입으로 그녀한테 꺼지라고 소리쳤다. 사실 나는 그녀 없인 살 수 없는데. 그런데 그녀는 나의 튕김에 픽 웃음을 짓더라. 짜증이 난다. 갑자기 엄청난 짜증이 밀려온다. 그리고 그 짜증은 나의 눈물이 되어 바깥으로 흘러 넘친다. 그러다가 퍼뜩 생각이 든다. 혹시 내일이 되면 그녀가 나한테 문자를 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마음 속에 희망 같은 구멍이 뚫린다. 멍청한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그 지푸라기를 잡아본다. "그녀가 나한테 문자를 보내면 가볍게 씹어줘야지." 희망의 구멍에 복수심의 햇살이 드리운다. 나는 그 앞에 누워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데, 이게 도무지 좋은 건지 싫은 건지 알 수가 없다. 내 살이 타 들어가는 것 같이 고통스러운데, 눈을 떠서 내 몸을 살피면 내 몸은 멀쩡할 뿐이다. 나는 정신이 없고, 단지 그것뿐이다. 그녀를 놓아버린 건지, 아니면 단지 내 정신을 놓아버린 건지 더 이상 알 수 없다. 그렇게 나는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를 뿐이다.
"우리 헤어진건가"
작사 및 작곡: 강유 (인스타그램 ID gy_foryou)
앨범 커버 아티스트: 유태선 (인스타그램 ID: yoohadden)
앨범 커버 설명: 한 남자의 정신 없는 뇌 속 회로를 예술적으로 표현함. 그 사고의 '얕음'과 '단순함'이 복잡하게 얽혀져 가며 결국 중대한 사실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표현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