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준' 싱글 [달밤] 리뷰
추억이 불어오는 가을 밤... 브아솔 '영준'의 "달밤" 스케치
종종 '회화적 음악'이라는 표현을 쓴다. 음악을 들으며 그림처럼 머릿속에 은은한 장면이 펼쳐질 때 쓰는 표현이다. 이런 음악의 회화적 기능은 그림이나 영상 이상의 서정을 전하곤 한다. 시각적 선형이 아닌 상상이 동반된 자신만의 추억으로 장면들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선보인 브아솔 '영준'의 싱글 "달밤"은 추억으로 귀결되는 음악의 회화적 기능이 두드러진다. 음악을 듣고 가사를 음미하는 것만으로 장면 장면이 떠오르고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하나 더 주목할 특징은 장면들을 직접적인 묘사가 아닌 복합적 감각의 심상들을 통해 시처럼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늘한 가을밤 사이로 떠오르는 얼굴’, ‘달빛이 찾아와 추억이 나부끼는 밤', '바람이 내게 다가와 추억이 불어오는 밤' 등의 표현에서 충만한 시적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가사는 '영준'이 직접 적었다. 가을 밤 달을 보며 옛 사랑을 떠올리고, 서늘한 가을바람 속에서 추억에 젖는 스토리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가슴 에이는 아픔의 추억이 아닌, 순간을 흔드는 아름다운 추억이 영준 특유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함께 전해진다. 부드러운 목소리에 더해진 시적인 표현들은 '싱어송라이터'라는 수식어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준다.
사운드는 가을과 어울린다. 도입부의 의도적인 사운드 왜곡은 시린 가을밤 시린 이별 감성을 표현하는 듯하며, '영준' 솔로 곡들의 전반적 특징인 재즈풍의 편안함 또한 가을의 정취를 그려낸다. 멜로디 위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색소폰, 공간을 감성으로 채우는 브라스와 코러스, 과하지 않은 리듬감은 가을 밤 문득 찾아 온 추억에 깊이를 더한다. '영준'의 음악이 늘 그랬듯 이번 곡 역시 휴식처럼 평온하게 다가온다. 아름다운 현재의 사랑을 노래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 "달밤"처럼 아팠던 지난 사랑을 추억할 때 역시 마찬가지다.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