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가감정은 감정의 모순이다. 모순된 감정의 공존은 이해할 수 없는 일처럼 여겨지지만 그렇다고 이해를 따지지는 않는다. 무엇이 대립되는 감정을 한자리에 양립하게끔 하는 것일까. 어쩌면 벗어나려 했으나 벗어나지 못한 감정의 경계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줄곧 나는 경계에 서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 감정들을 되짚어 곡을 만들어 나갔다. 공통된 대상이나 사건에 대한 감정을 양가감정의 전제로 봤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건 역시 가사를 공유하는 것이었다. (구절의 반복, 코러스에서의 배제만을 허용한 채 어휘의 순서나 음절의 생략 등의 다른 변화는 일절 주지 않는 형식적인 제한을 두었다.)
곡 간의 명암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장 보편적인 방법을 선택했고 뚜렷한 뉘앙스의 차이를 주기 위해 여러 장치들을 두었지만 결국은 같은 이야기에서 다른 감정들을 끌어내는 것. 그것이 중요했고 어쩌면 그게 다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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