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 위의 유희
새하얀 종이 위 붓이 움직인다. 손끝의 섬세한 움직임이 선을 만들고 이윽고 형태가 캔버스에 나타난다. 수많은 색이 하얀 카오스 상태의 캔버스에 뿌려지고 그것은 질서를 깨뜨리며 하나의 정황을 그려낸다. 이 노래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처럼 예술적 정동을 일으키는 감정과 에너지로 그림처럼 완성된다.
우리는 탐닉과 욕망을 하얀 캔버스 위에 뿌렸다. 누군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 대상의 가장 아름답고 퇴폐적인 순간을 포착하여 음악으로 풀어냈다. 이번 노래 ‘캔버스 걸’은 붓 대신 몽환적인 Synth와 멜로디로 대상을 쫓는다. 라피나 보컬에 녹아있는 은밀하지만 강렬한 감정이 듣는 이로 하여금 저마다 사랑하는 대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시적인 라피나의 노랫말은 그의 가사대로 감정이 멜로디로 치환되어 격하게 움직이고 있다. 멈추지 않는 붓은 우리의 감정이 요동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캐비의 묵직하고 부드러운 synth bass는 청자들에게 각자의 걸음을 상상하게 한다.
첫 앨범 안개꽃을 통해 어머니의 시간을 되돌려 본 라피나 앤 캐비는 점점 새로운 이야기를 추구하고 있다. 그들이 이번에 그린 캔버스 위의 그림은 어떤 형태일까. 아직도 라피나 앤 캐비의 붓은 멈추지 않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