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얼과 대중의 접점
이별 3부작의 완성 ‘서로를 위한 것’
2015년 ‘같은 시간 속의 너’, 2017년 ‘기억의 빈자리’는 모두 차트 정상을 차지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개인적으로 이 두 곡의 성공을 ‘나얼과 대중의 접점’으로 해석한다. 나얼 스스로가 만족할 음악을 만들면서 팬들에게도 함께 만족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두 곡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EP(일렉트릭 피아노)가 주도하는 발라드이며, 이별의 상심을 다룬다.
2020년 겨울에 찾아온 나얼의 싱글 ‘서로를 위한 것’은 이 두 곡의 연장선에 있으며, 이른바 ‘이별 3부작’을 완성한다. 80~90년대를 상징하는 EP 사운드가 중심에 있는 마이너 발라드. 이미 헤어진 연인과 우연히 마주친 애틋한 상황을 노랫말에 담았으며, 직관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멜로디 라인이 감정선을 이어간다. 세 곡의 가사를 펼쳐 놓으면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이별 시리즈라 할 수 있다. 이전 두 곡을 사랑했던 팬들이라면 시린 겨울, 다시 한 번 상심의 공감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이 잘 어울리는 조금 더 ‘팝(POP)'적인 느낌으로 곡을 완성했다고 하니 팬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나얼이 평소 애정을 쏟아 온 아날로그 사운드와 EP 사운드는 ‘따뜻함’이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얼핏 배치되는 사운드로 보임에도 나얼이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시킬 때 EP를 사용하는 이유가 그 ‘따뜻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겨울이라는 계절에 감정선을 더 자극하는 따뜻한 EP 사운드... 곡을 시작하는 일렉트릭 피아노의 명료한 울림이 순수함을 배가시킨다.
스스로 자주 언급하듯 나얼 발라드의 시대적 근간은 80~90년대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새로운 시대의 정상을 지킬 수 있는 이유는 뭘까? 설명이 필요 없는 가창력을 제외하면, 나얼의 음악이 훌륭한 이유는 명분 있는 디테일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곡 역시 단출한 사운드 구성임에도 편곡의 디테일이 곡의 퀄리티와 감성을 살려낸다. 따뜻한 일렉 피아노, 감성적인 일렉기타의 선율, 스타일리쉬한 무그 베이스까지 완성도 높은 편곡이 곡의 핵심에 자리한다. 그렇기에, 선명한 90년대 감성에 발을 딛고 있지만 그의 음악은 ‘복고’가 아닌 ‘트렌드’가 된다.
자신의 음악 소신을 지키면서도 끊임없이 발전을 도모하는 뮤지션. 나얼이 최상급 보컬리스트 이상의 가치를 갖는 이유가 아닐까...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