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당신이 받아야 했던 대답을 위하여
찰리빈웍스의 두 번째 EP [YEAP!]
긴 시간 동안 나는 그가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그의 가게에 손님이 올 때나 주문을 받을 때 업무용 미소나 대화 정도를 들을 수 있었고
그는 모든 감정을 닫고 자기와의 연약한 싸움을 이어나갔다.
가끔씩 그에게 들을 수 있었던 말이라고는
"아 담배 개 피고 싶다."
정도였는데 이것도 자기가 믿는 신과의 약속으로 담배를 끊었다며 순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를 해대며 참아냈다.
미쳤다. 단단히 미쳤다. 그리고 죽어있는 것 같았다.
열심히 꿈틀거리는 걸 좋아하던 애벌레가 고치에 들어간 것 마냥 표현을 멈추고 긴 정적의 시간을 보냈다.
옆에서 늘 지켜본 찰리빈의 삶은 '폭풍'이었다. 짊어져도 되지 않을 것을 받아들이고 직접 발에 쇠고랑을 차고
걸어 다니며 많은 걸 포기하면서도 버틸 방법이 없어서 있는지도 모르는 신을 붙잡고 살던 그의 삶은
멀리서는 행복이었지만 가까이 선 극심한 고통이었다.
특히나 이 고치 무렵에는 철저하게 일은 일대로 고통은 고통대로 느끼면서 양면적 삶을 완벽하게
살아냈는데 이때 그는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이 충만했다고 본다. 뭐, 본판이 별로라 잘 되겠냐만서도.
한 일주일이 지나서 인가. 옆에 있던 나에게 MY WILL을 들려줬다.
굉장히 애절했고 절절했으며 사랑 노래 라기엔 먹먹히 미어지는 가사들은 그가 이루어 내지 못했기에
이런 감정이 나오는 것이랴 추측했다. 나는 그에게 대충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제 짐작할 수 있었고
"좋네."
라는 말과 함께 피드백을 얼버무렸다.
그날 자기는 오랜만에 술이 땡긴다며 빨간 소주를 들고 와 내 앞에 앉고선 그간 있었던 이야기들을 다 말해 주었다.
어떻게 그 결전의 날을 준비했는지 그 모든 순간들을 다 고백하면서 왜 본인이 실패했는지
왜 자기 인생을 건 한방이 상대방의 감정조차 흔들 수 없었는지 말하면서 지금 거절감보다 더 큰 상실감 때문에
입을 닫고 결론을 미루고 있다고 했다.
나는 장난스레 비꼬며 질문을 하나 했다.
"야, 느그 아빠한테 기도라도 해야지. 다 들어 준다매."
화낼 것 같던 그는 폭소하며 맞받아쳤다.
"야 그제. 아니 내 진짜 솔직히 전날부터 금식하고 진짜 기도로 준비했다."
"이 완전히 미친 개이네"
우린 박수를 치며 앉은 의자가 휘어질 때까지 몸을 꺾어가며 웃었다. 그는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아니 들어봐래이, 진짜 나는 그 말 던질 때까지도 난 진짜 매애애애우 성령 충만하게 있었는데 진짜 안된다는 말 듣고
속으로 어? 아버지? X 발? 이거 아인데요? 어라? 하면서 걔랑 빠이빠이 치고 나와가 한 30분 동안 사거리에 서서도
계속 그랬다. 이게 진짜 차인 것보다 더 충격이었다. 난 진짜 하나님과 가까이 있으려고 발버둥을 치는 사람에게는 그,
이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신다 했거든 근데 이거 아이다니가? 내 그래도 그 마이 사고 많이 쳐도 하나님이랑 진짜
가까이 살면서 최선을 다해 아버지 뜻 따라 산다 생각했는데 그 배신감? 와 그 초라함이랑 충격이랑 다 몰려오는데.."
"야야야 치아라. 예수 없다. 니 쇼 그만하고 정신차리라."
"아이아이, 봐봐라 끝까지 함 들어봐 봐. 그 캐가 내 울산역 도착할 때까지 이걸 못 받아들이겠는거야.
그래서 생각을 아예 멈추고 노래 하나만 들으면서 역에 왔거든, 그랬는데 아니 그날 또 찬양팀 연습이 있네."
둘이서 배꼽을 잡고 웃다가 나는 결국 뒤로 넘어가 머리를 세게 바닥에 박았다. 그렇게 찰리빈의 간증이 이어지기 까진
우린 꽤나 오랜 시간을 웃어야 했다. 그는 소주 한 잔을 다시 들이켜고 입술을 닦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래서 내가 차에 딱 탔어. 근데 진짜 화가 머리끝까지 나는 거야. 갸 한테 가 아니라 하나님한테. 그래가지고
그 역에서 우리 교회까지 가는 15분 동안 목이 쉬어라 펑펑 울면서 핸들 뚜드리면서 소리 질렀음."
그는 그 장면을 생생하게 액션으로 묘사를 하면서 말했다.
"아! 이제 나 좀 놔 주세요, 이제 나 좀 놓아주세요, 이제 그만하고 싶어요, 더 이상 못하겠어요, 더 이상 못 걸어가겠어요
라고 막 소리치면서 15분을 눈물 때문에 앞도 안 보이는데 운전해서 결국 교회 가서 연습했다 아이가,
X이이발"
"끅끅끅끅, 그래가 좀 뭐 뭐고 니 좋아하는 깊은 평안 있드나?"
"아아니? 마치고 지갑에 든 돈 다 감사헌금 봉투에 담아서 개쌍욕 적으면서 그렇게 아들이 가져가지 말라는 거
가져갔어도 난 당신 거라 다시 당신에게 나와서 이 일도 영광 올려 드린다 적고 헌금함에 넣고 나왔다."
"미친놈, 닌 진짜 미쳤다. 진짜 너무 요란하게 하지 마라 좀 혼자 영화 만들지 말라고."
"어쩌겠노. X팔 내 이래 쓰시는데 따라가야지 뭐."
라며 그는 잔여물처럼 남은 웃음들을 뱉어내며 그의 잔에 술을 그득히 따랐다.
나는 생각했다.
'역시나 신은 없다. 저게 뭐 하는 짓이야.'
그렇게 좀 더 이야기를 주고받다 더 얼큰해지기 전에 다음날 출근을 위해 자리를 파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찰리빈은 다시 자기의 자리에서 일하고 또 적잖이 그 아파하면서 노래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 DRY BONES라는 노래를 들려주며 성경 속 이야기를 빗대었다고 했을 때
나는 이 미친놈의 기이한 행각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신 나간 놈이라고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그렇게 나에게 있는 없는 욕을 듣던 그는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이 모든 일들이 왜 일어났는지 알았다."
"뭔데."
"나란 존재가 처참히 짓밟히고 부정되어서 모두가 신은 없다고 결정 내리고 떠나갈 때도
넌 날 믿을 수 있니? 이게 결론임."
이라고 말했을 때 나는 어이가 없다는 감정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며 큰 충격에 빠졌다.
다시는 미친 예수쟁이와 상종하지 않겠다 다짐했다.
그렇게 이 앨범은 이 미친 예수쟁이가 받은 질문의 대한 대답이자 고백이 되겠다.
아직도 난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는 결국 이 앨범을 냈다.
[이 노래들을 만든 위대한 사람들]
작곡 : 배성광
작사 : 배성광
편곡 : 배성광
보컬 : 배성광
기타 : 배성광
베이스 : 배성광
드럼 : 배성광
건반, 스트링 : 배성광
프로듀싱 : 배성광
레코딩 : 배성광 @HOME
믹스 : 배성광 @HOME
마스터링 : 이경욱 @MaxxMarket
앨범 커버 : 고다연 @kodadafil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