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월간 윤종신] 12월호 ‘Destiny’
2020 [월간 윤종신] 12월호 ‘Destiny’는 올 한 해 동안 진행되었던 이방인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곡이자 창작자 윤종신의 마음가짐을 되짚어 보는 곡이다. 윤종신이 떠나야만 했던 이유와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그리고 어디에 있든 계속 이방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자 하는 이유가 모두 담겨 있다. 이 곡은 2019년 [월간 윤종신]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프로그램 [탈곡기]를 통해 선공개된 바 있다. 가창자로 ‘BTS’를 상상하며 제작되었고 자신을 소진해가면서도 바로 무대에 올라야 하는 톱스타의 애환을 담았다. 윤종신은 오랜만에 이 곡을 다시 듣다가 다른 누군가를 상상하며 쓴 곡임에도 자신이 꽤 깊숙하게 투영되어 있다는 생각을 했고, 이방인 프로젝트의 마무리를 앞둔 시점의 자신의 이야기를 더해 완성해보고자 했다. 원곡이 최고의 반열에 오른 스타의 입장에서 쓰였다면, 다시 다듬은 ‘Destiny’는 오랜 시간 창작자로 살아온 윤종신의 입장에서 전개된다.
“생각해보면 저도 조금 더 쉽게 가는 길이 있거든요. 예전 노래를 부르거나 인기 있을 것 같은 발라드만 양산하는 거죠. 통계를 봐도 제가 발라드를 해야 더 반응이 좋다는 걸 제가 모르지 않거든요.(웃음) 그런데 그건 사람들이 원하는 윤종신이지 창작자로서의 윤종신은 아닌 거예요. 사람들의 취향과 선호를 따라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맞추기만 하면 나는 어느새 사라져버리거든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거고 다행히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많아요. 그래서 사람들의 호불호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 하고, 무엇보다도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운이 좋다면 제가 좋아서 한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을 수도 있겠죠. 저는 그게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또 월간 윤종신의 정신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윤종신이 ‘Destiny’를 통해 이야기하는 운명은 태생적 운명이라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발견해가는 운명이다. 일찌감치 자신의 운명을 깨닫고 짊어지고 살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살면서 만나게 되는 어떤 기회들에 과감히 자신을 던져봄으로써 운명을 확인해보자는 이야기. 다양한 환경과 상황에 자신을 기꺼이 노출함으로써 결국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되는지 확인해보자는 이야기. 섣부르게 결정하기보다는 일단 오래오래 살아남아서 자신의 운명을 도출해보자는 이야기. 윤종신은 자신이 가장 나다움을 느낄 수 있는 모양과 상태는 몸소 부딪쳐야만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어느 정도의 울퉁불퉁함과 뾰족함을 유지해야만 나다울 수 있는지, 어느 정도의 원만함과 유연함을 발휘해야만 나다울 수 있는지는 깎여도 보고 맞춰도 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니까.
“30년 넘게 활동하면서 그동안 정말 많은 것들을 시도해본 것 같아요. 음악뿐만 아니라 방송도 해봤고 회사도 해봤고 또 다른 가수를 키우는 일도 해봤죠. 저는 그 시간을 지나오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고 지금도 알아가고 있어요. 나는 어떤 게 가능 혹은 불가능한 사람인지, 어떤 길이 내가 가야할 혹은 가지 말아야 할 길인지, 내게 주어진 역할이 어떤 것이고 어느 선까지 해내야 하는지 알게 되었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기 때문에, 그랬는데도 결국 내가 아직도 하고 있는 건 음악이기 때문에, 저는 음악이 제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된 거고요. 물론 그래서 음악을 더 오래 잘해보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요. 자신이 어떤 운명인지는 충분한 시간을 들여서 돌고 또 돌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12월호 이야기]
“팔자라 생각하니 한결 맘이 편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