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인지 모를 당신이 곁이 되는 순간>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에 조우한 '낯선, 경이로움' 음악을 평가하기 보다는 음미한다.
마음 깊숙이 꽂힌 경이로움들로 자주 위안을 얻곤 했다.
상처를 보듬어 주고 생의 허기를 달래어 주었던 음악들, 머리와 가슴에 새겨진 순간들, 그 긴 여운들을 언제고는 담아내고 싶었다.
감각과 감정의 날을 최대치로 벼려낸 '결코, 낯설지 않은' 찬란한 음악들을 담아내고자 적지않은 시간을 보냈다.
설명할 수 없는 생의 절박함과 바닥없는 슬픔을 응시했던 깊고 저린 9곡의 음악들..
최정상 해금연주자 꽃별의 해금 연주와 리코더, 기타, 피아노가 아련하게 풀어내는 '달빛 아래 (Under the Moonlight)' 와 영화 '행복' 과 '형사' 의 메인테마를 우수에 젖은 악센트(Accent)와 레가토(Legato)를 가미해 슬픔에 경도된 편곡과 애닳은 선율의
아코디언 변주로 채수린이 새롭게 채색하여 '결코, 낯설지 않은' 경이로움의 세계로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느린 호흡으로 죽어 있던 시간을 깨운 영화 '만추' OST 속 숨결 같은 오리지널 스코어 중 가장 사랑받았던 기타 솔로곡 '동행' 과 영화 '친구' 속 삽입곡으로 그간 많은 매니아들의 재발매
요청이 끊이질 않았던 뤽 베위르(Luc Baiwir) 의 '제네시스 (Genesis)' 와 '인 메모리엄 (In Memoriam)' 을 20년 여만에 담아낸다.
더불어, 거부할 수 없는 반추의 미학 '푸른안개' OST 속 불멸의 삽입곡, 크리스틴 오티에(Christine Authier) 의 '길 (L'Homme du Saint-Laurent)' 과 피에다드 페르난데스(Piedade Fernandes) 의 '만남 (Auguas Passadas)' 을 비롯해, 대한민국 서정주의 미학의 연금술사로 회자되는 최경식 음악감독의 보석같은 엔딩 타이틀까지 담아내며 실로 수용자들의 감성을 경이롭게 자극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당신의 귀와 가슴을 내어줄 수 있다면 필경, 여행보다 긴 여운으로 각자의 순간을 되짚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마치 '누구인지 모를 당신이 곁이 되는 순간' 처럼..
담담히 턴테이블에 음반을 올려놓으며, 외로움 아닌 것들을 하나씩 마음 밖으로 내보낸다.
당신이 사는 내 시간의 이름들처럼 시나브로 일상의 쉼표가 되는 음반이길 바라 마지않는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