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뜨자마자 컵에 얼음을 잔뜩 담았다. 캡슐을 기계에 넣고 버튼을 누르면 진동과 함께 커피가 밑으로 떨어진다. 침대에서 냉장고, 냉장고에서 의자로 옮겨 다니며 ‘굿 모닝, 아침이다’. 컵에서 컵으로 커피를 옮기고 차가워질 때까지 빙글빙글 돌려, 씁쓸하고 신선한 맛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굿 모닝, 아침이다. 간밤에 무슨 연락이 왔나. 무슨 일 없었나’.
오늘의 기분을 말하자면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아가는 기분이랄까. 새해가 되어서 그런 건지 새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몸은 정지하고 마음만 달려 나가려 하니 모든 것이 헛도는 느낌. 때 되면 무기력해지는 것도 지겨운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싶다. 그래. 공상에 빠져 오늘과 내일을 옮겨 다니며 차가워질 때까지 빙글빙글 돌려, 시간은 잘도 흐르는 이 씁쓸하고 신선한 하루.
뭐랄까. 어릴 적 꾸던 꿈과 오늘, 그리고 내일이 섞이니 흐리멍덩 꿈만 같다. 마치 새벽의 물안개를 바라보듯 낯설고 모호한 기분.
이 노래가 그렇지 않을까. 하늘엔 무지개가 떴는데 말이야.
글: 함병선 (9z)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