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이 훅 지나가 버렸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한 해를 마무리 하며 하는 얘기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나와의 거리두기엔 실패하고 말았다. 10년 후에는 뭘 하며 살지?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을까? 멍하니 누워 없던 걱정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바쁘게 지내며 잊고 있던, 아니 생각하고 싶지 않아 묻어두었던 걱정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들고 나에게 물었다. ‘왜 음악을 만들지?’
예정 되어있던 일정은 거의 모두 취소되었고 그에 따라 사람을 만나고 집 밖을 나서는 일은 줄어들었다. 말을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보내는 날들은 늘어가고 매일 만나고 싶지 않은 못난 자신만을 만났다. 어제와 오늘이, 오늘과 내일이 별반 다르지 않은 하루를 보내며 불안과 우울 속에서 싸운 시간이 한 해를 삼켜버렸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하루도 집에 붙어 있지 못했던 나는 난생처음 집에서 조용한 일상을 보내며 예상치 못했던 담백한 행복들을 마주했던 것 같다. 볕이 좋은 날 이불을 널며, 베란다에 앉아 해지는 풍경을 보며, 무더운 여름에 단 과일을 한입 베어 물다 그냥 나도 모르게 아름답다 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런 시간들이 쌓여 하루가 만들어지는 건데 왜 예전엔 미처 몰랐을까.
처음으로 돌아가 2020년은 훅 지나갔다기 보다는 우리는 만나지 못했고, 너무 사소해서 일상에 관해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린 자꾸 지우려 했다. 지우고 싶은 한 해 속에 분명 아름답고 반짝이는 것들이 있었을 텐데 순간은 잊혀져갔다. 왜 음악을 계속 만들어야 하지? 라는 질문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아름다운 순간을 영원한 것으로 만드는 것이 창작자의 역할, 음악을 계속 만들어야 할 이유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뭐라도 붙잡고 한 발짝 나아 가야 했기에 이 오그라드는 답지를 필사적으로 부여잡았다. 그리고 나에게 아름다웠던 순간들에 관해 생각해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지금 내 옆에서 코 골며 자고 있는 나의 반려견과의 일상이었다. 반 강제로 나의 일상에 루틴을 만들어준 사랑스럽고 징글징글한 존재.
제일 먼저 너와의 일상에 관한 노래를 만들어보자!
2021년 한 해 동안, 우리가 지우려 했던 시간에 묻혀버린 아름다운 순간, 아름다운 것들에 관해 노래해보려고 합니다. 그냥 보내 버리기엔 너무 아쉽기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