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순간의 극점 '더 폴스(The Poles)'의 첫 EP, [from the outset]
'더 폴스'에게 [from the outset]는 과거의 기록이자 시작의 앨범이다. 그들의 앨범을 펼치면 미처 현상하지 못한 필름이 한 켠에 꽂혀있다. 스피커를 통해 그 필름들이 현상될 때, 희미한 떨림과 함께 오렌지 빛의 연기가 흩날리기 시작한다.
필름 속에는 한 소년이 서있다. 사춘기를 벗어나지 못한 소년은 순간의 극점을 마주할 때마다 불안을 느낀다. 극점은 매번 삶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마주치게 되고 그래서 소년은 불안하다고 외친다. 그러나 소년이 외치는 불안은 사실 희망이나 다름없다. 극작가 사라 케인은 끝없는 허무주의와 여과 없는 폭력 묘사를 사용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구원이라는 따스한 이면을 가지고 있었다. 더 폴스의 음악은 그녀와 닮았다. 불안을 노래하지만, 악보의 이면에는 희망이 오렌지 빛으로 그려져 있다.
'이대로 살아 갈수나 있을지' 확신할 수 없고, '어느 샌가 길을 잃어버'린 소년은 끊임없이 노크 한다. 타이틀 곡 "Home"은 노을 빛마저 물러나기 시작하는 골목을 떠오르게 한다. 환경이 변해갈수록 우리는 자신의 시선마저 지탱하기가 힘들어진다. 발끝을 보며 걷는 골목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Home"에서 우리는 내면적으로 성장해가는 소년과 마주한다.
성인이 자신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은 감정을 조절하고 앞으로 나갈 힘이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기댈 곳을 찾는 소년은 매 걸음마다 조금씩 사춘기를 버린다. 그러면서도 순수함은 버리지 않는다. 기댈 곳이 필요하다 노래하는 보컬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운 힘이 실려 있다. 앞으로 지날 극점을 견뎌내면서 자신을 잃지 않을, 그런 힘이다.
소년은 불안을 껴안고 있다. 동시에 그만큼의 희망도 소년의 품 안에 있다. 견뎌낼 수 있는 불안과, 딱 그 정도의 희망을 안고 더 폴스는 [from the outset]에서부터 시작한다.
글. 이소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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