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
어느 날 문득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무표정한 얼굴은 화가 잔뜩 난 얼굴 같았다. 푸석한 피부에 깊게 패인 주름까지 내가 기억하는 내 얼굴은 내가 그린 상상 속의 인물이었나? 한참을 멍하니 거울 속 낯선 얼굴을 들여다보다 오랜 시간 웃지도 말하지도 않아 굳어있던 입가를 늘여서 웃어보았다. 누구냐 넌.
집에만 있다 보니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이 되었다. 그 누구보다 겨울과 흐린 날들을 좋아했었는데 (유독 겨울 노래가 많다) 그랬던 과거의 나를 떠올려보면 낯설고 아득하다. (심지어 여름이 싫다는 노래도 있다!)
길고 지루했던 겨울이 가고 거실 창가로 봄 볕이 쏟아지는 날은 절로 콧노래가 나왔다. 그런 날이면 이불과 겉옷을 베란다 창가에 널어놓고 쏟아지는 빛 아래 앉았다. 정수리 이마 콧등을 타고 열기가 내려왔다. 일렁일렁 기분 좋은 온기가 몸과 마음속에 채워지고 있었다. 깊게 패여 있던 마음속 주름을 조용히 다독여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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