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은 [춘풍]
제12회 DMZ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상영작 ‘고려 아리랑: 천산의 디바’에 흘러나오던 음악을 편곡하며 지내던 2020년 여름이 있었다.
이 영화는 척박하고 결핍이 많은 시베리아 벌판으로 1930년대 강제로 이주당한 고려인들, 지난한 그들의 삶의 애환을 달래주고 기쁨을 주었던 ‘고려극장’.
고려극장에서 배출된 세기의 디바 ‘이함덕’, ‘방 타마라’ 두 여성의 궤적을 따른 인터뷰로 채워진 다큐멘터리로 장면들 사이로 생경하지만 아름다운 옛 음악들이 흐른다. 나는 고려극장이 마을을 찾아오는 날이 곧 잔칫날이었을 정도의 대단한 인기가 있었다는 점과 생존의 무게만으로도 버거웠을 고려인들이 음악을 들으며 위로받고 생의 활력을 되찾게 되는 점에 새삼 뭉클했다. 음악과 우리의 일상은 얼마나 서로 밀접하게 영향을 주고받는 것인가!
일상적으로 누려왔던 풍경들이 사라진 2020년과 현재, 나는 고려인 예술가들의 마음을 흉내 내며 봄의 노래 두 곡을 준비했다. 잠시나마 음악을 통해 기분전환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옛 고려가요 '저녁의 연인들’ 그리고 1960년대 근대가요 '아리랑 춘풍'에서 모티프를 얻어 작업한 ‘춘풍’을 나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