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곡의 데모를 받은 날에 이별했다.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며 이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듣고 있으니 어쩐지 걸어야 할 것 같아 버스정류장을 몇 개나 지나치며 걸었다.
'벚꽃잎이 바람결에 흩어집니다. 아름다운 모든 것은 사라집니다.'로 시작해서 '외롭지 않네.'로 끝나는 가사를 몇 번씩 돌려 들으며, 아름다웠지만 이제는 흩어지고 사라져야 하는 장면들을 차분히 떠올렸다. 덕분에 그렇게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어떤 슬픔은, 어느 외로움은 음악에 기댈 수 있다. 누구에게 말할 수 없고 그렇다고 혼자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마음을 한 곡의 흐름에 맡기고 걷다 보면 듣기 전과는 다른 어딘가에 가 닿곤 한다. 우연히 슬픈 날에 받은 전진희의 [낮달]은 기대기에 충분히 단단하고 아름다워서, 여러 감정을 이전과 다른 곳에 내려둘 수 있었다.
작가 [박선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