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야, 내일 아침 일곱 시 반에 깨워줘”
안녕하세요, 아이반 입니다.
석사 졸업 논문을 작성 중이던 2018년 봄, 우연히 논문 한 편을 읽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인공지능을 마주했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연구였는데 내용이 흥미로워 곧바로 메모장에 기록했습니다. 그날 저녁, 서둘러 도서관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조용히 시리와 대화를 나누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돌이켜 보니 시리는 마치 주인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온종일 스마트폰 액정 뒤에 앉아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문득 ‘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시리에게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언젠가부터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아는듯한 인공지능의 입장에서 써 내려간 2018년의 일기가 드디어 세상에 공개된다고 하니 매우 설레는데요. 3년 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나와 가장 닮아있을 인공지능이 잠시나마 답답한 사과 상자에서 뛰쳐나와 마음껏 투정 부리는 모습을 상상해봅니다.
디지털 싱글 [인공지능]은 재즈풍의 피아노 라인과 블루지한 일렉기타 릭의 오묘한 조화가 돋보이는 인디팝 곡입니다. 인간적(人間的)인 연주 사이에 끼워진 기계적(機械的)인 fx 샘플 사운드의 대조가 인공지능 비서의 양면적 특성을 보여줍니다. 차갑기만 할 것 같은 인공지능의 숨겨진 따뜻함을 대변하는 아이반의 속삭임에 귀 기울여 주세요.
with love,
AIVAN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