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가은' [The Life, The Love]
어느 순간부터 팝이나 가요에서 전자음악의 문법을 찾기가 매우 쉬워졌다. 가까운 예로는 뱅크스(Banks)의 [III]을 꼽을 수 있다. 뱅크스는 [III]에서 프로듀서 BJ 버튼(BJ 버튼)과 손을 잡고, 자신이 지금껏 만들어온 어두운 느낌의 팝 음악에 전자음악의 색채를 더했다. 결과적으로 [III]는 음반의 판매량과 평가와는 별개로 뱅크스의 음반 중 가장 독특하고 이질적인 음반으로 완성됐다.
최가은의 [The Life, The Love]를 소개하기 전 뱅크스를 이야기한 건 두 음반과 아티스트 사이에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뱅크스가 BJ 버튼과 함께 이번 음반을 작업했듯이, 최가은은 프로듀서 킴 케이트(Kim Kate)와 [The Life, The Love]의 대부분을 만들었다. 킴 케이트가 지금껏 만들어온 음악들을 떠올려 본다면 [The Life, The Love]가 일반적인 팝의 문법에서 벗어나 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번 음반은 의도적으로 팝한 소리를 들려주며 소위 말하는 ‘대중성’을 지닌다.
“Hallucination”, “너의 부재에 대하여”, “Thinking About You” 등의 싱글을 들어본 이라면 최가은이 어떤 음악가인지 대략의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최가은이 곡 안에서 묘사하는 주제는 명확하지 않다. 연인의 전 애인을 떠올리는 듯한 “Thinking About You”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곡들은 추상적이며 개인, 특히 최가은의 감정을 그려낸다. 킴 케이트가 디자인한 소리는 주제와 대비되듯이 뚜렷한 특징들을 지닌다. 이러한 구조는 타이틀 곡 “The Life, The Love”에서 가장 크게 드러난다.
[The Life, The Love]는 EP임에도 불구하고 약 7곡이 담겨있다. 이는 꽤 긴 분량이지만, 절대 지루하진 않다. 최가은의 목소리에는 듣는 이의 집중을 이끄는 매력이 분명히 존재한다. 음악의 내용 또한 개인적이지만 많은 이가 공감할 만한 내용이기도 하다. 팝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The Life, The Love]의 음악에서 충분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