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신보를 들고 나온 kennytheking. 꽤 오랜 시간이었지만 EP 앨범으로 다시 돌아왔다. 앨범 제목인 'Somewhere In Between'은, 우리말로 ‘그 중간 어디쯤’으로 여겨진다. kennytheking은 일상생활에서 주어지는 선택지를 고르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이는 누군가와 함께 정하는 음식 메뉴, 음악을 만들며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부터, 이념이나 사상에 있어서도 한쪽을 정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이 앨범은 결국에 타협점을 찾아 그 중간 어디쯤의 것들을 선택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다. 가사에 이런 신념을 담지 않았지만 사운드와 편곡으로 이런 모습을 표현한다. 사운드는 전체적으로 레트로 지향적이며, 이를 위해 90년대의 드럼머신을 기반으로, 굉장히 단순한 리듬들로 구성되어 있다.
중독적이지만 단순한 베이스라인과 인디스러움을 잘 살려주는 기타 소리는 ‘춤’, ‘serenade to chicha’, 그리고 ‘Lemonade (Dream Pop Ver.)’에 잘 실려 있다. ‘I Get By’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의 곡이지만, 이별한 연인에게 ‘난 다시 돌아가면 널 만나지 않겠다’며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춤’은 2015년에 쓴 곡으로 여러 가지 버전들이 있었지만, 가장 공들인 편곡이 결국엔 공개된다. 연인에게 위로를 말하는 듯, 사실은 외로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자신에 대한 위로이다. ‘serenade to chicha’는 kennytheking의 반려묘인 치챠를 향한 세레나데. 활발하게 뛰어노는 근육질의 고양이가 조금이나마 얌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장난스러운 베이스라인과 기타 리프와 몽환적인 건반 소리로 표현했다.
‘Lemonade (Dream Pop Ver.)’는 2019년 발매된 싱글 ‘Lemonade’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이전에 없던 베이스라인과 단단한 디스코 풍의 드럼, 그리고 단순하지만 귀를 사로잡는 기타 솔로가 추가되었다. 리듬기타의 소리도 인디팝의 필수 요소인 코러스 효과를 첨가하여 비슷하지만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사운드 클라우드에서 공개된 적 있는 ‘State of Unreality’는 워킹홀리데이를 하며 생긴 우울감과 사람을 대면하기 두려운, 거대한 파도 같은 마음. 매일같이 술에 의존하던 시절, 무서운 비현실에서 깨어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예술성과 대중성의 타협점을 찾으려고 했지만 결국 양쪽 다 아닐 수도 있다. 이어나갈 수 있고, 행동했다는 것이 의미 있는 것 아닌가. 어쩌면 앨범을 발매한다는 사실마저도, 어려운 선택들 속에 타협점을 찾았다는 걸 의미하는 것 같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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