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다락방' 싱글 앨범 [바라만 봐도]
한 여름, 그녀의 모습은 시원한 바람과도 같았습니다. 그녀는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 오른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며 미소를 짓습니다. 무심한 듯 한 시선과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그녀는 이미 나의 마음을 아는 듯 합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모습을 나의 마음에 담아보려고 합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바라만봐도. 그저 바라만봐도 좋겠습니다. (모던다락방 김윤철)
따뜻하고 자상한 그들의 목소리가 가만히 내 귀를 울린다. 그 목소리가 견딜 수 없이 좋아서 나는 잠시만 그대로. 그리곤 나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게 안으로 크게 심호흡을 한번 하고,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들의 음악이 거짓말처럼 내 눈 앞에 서 있다. 어떤, 느린, 다정한, 편안한, 가벼운. 그리고 그 위를 물고기처럼 유영하는 두 남자 모던 다락방. '모던다락방' 이라는 제법 세련된 팀명이 무색하게 그들의 첫 만남을 주도한 건 소박하다 못해 초라하기까진 한 순댓국 한 그릇. 당시만 해도 그 만남이 무언가 대단한 혁명을 불러일으킬 줄 알았으리라. 본래 세상 모든 시작은 다 창대한 법이니까. 하지만 아쉽게도 '모던 다락방' 은 우주에 그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했으며 음악의 판도 또한 뒤집지 못했다.
그러나 뭉근하게 스며드는 순댓국 한 그릇 같았다. 특별하진 않지만 때가 되면 생각나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그 맛, 그런 음악. '모던 다락방' 에겐 분명 그러한 매력이 있다. 팀 결성 이후 지난 2년이란 시간동안 그들이 써내려간 음악적 자취는 "첫사랑", "안아주오", "초록나비", "두루마리 화장지", "멍하니", "안녕" 의 여섯 곡으로 추려진다. 그리고 그 일곱 번째 이야기가 2015년 6월 "바라만 봐도" 란 제목으로 쓰여 졌다. 달라졌다. 역변이라 하기엔 거창하고, 다만 어딘지 모르게 좀 더 단단해 졌으며 한결 풍성해졌다. 보컬 '김윤철' 은 그새 어디에서 매력 열매를 따먹었는지 목소리에서 멋있음이 뚝뚝 떨어지고, '정병걸' 에게선 리더의 깊은 안정감이 느껴진다. 바라만 보고 듣기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이미 빠져들었다는 증거다.
누군가는 이들의 노래를 두고 너무 착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 흔한 전자음도 없고 허세 또한 없다. 찬찬히 살펴보고 또 살펴봐야 겨우 하나 찾을 수 있는 멋있음을 제외한다면, 슬리퍼에 반바지를 입고 동네 마실 나온 옆집 오빠 또는 옆집 동생 같다. 친근하고 익숙하며 명랑하다.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아낸 '모던 다락방' 의 음악은, 바람을 동반한 초여름의 햇살 같고 여름 밤 야외에서 마시는 한 캔의 맥주 같다. 세상 그 누가 이들을 마다할 수 있을까. 어쿠스틱이란 단단한 기둥의 뿌리를 내리고, 타고난 예민한 감각으로 음악적 가지를 뻗어내는 영특한 뮤지션. '모던 다락방' 은 가능한 모든 장르의 음악을 아날로그 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가난하지만 풍부하게 노래한다. 두 남자는 오늘도 노래로서 말한다. 당신이 말하고 싶은 그 감정, 내가 대신 불러드릴게요. (방송작가 김지은) .... ....